"2030년이면 수소 생산비용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입니다. 수소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탈(脫)탄소화라는 세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존 셰필드 퍼듀대 교수는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20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셰필드 교수는 국제수소에너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Hydrogen Energy)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영상 질의응답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라며 "수소는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켜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수소가 청정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셰필드 교수는 수소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큰 흐름으로 에너지 부문 간 결합(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생산하는 ‘그린수소’, 수소연료전지 기술 발전 등을 꼽았다.
현재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에너지 생산 부문을 운송, 냉난방, 제조시설 등 에너지 소비 부문에 연계하는 ‘섹터 커플링’을 추진 중인데, 이 작업에 수소를 활용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남은 전력으로 수소를 만든 뒤 연료전지 형태로 저장해놨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어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셰필드 교수는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일본은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인 후쿠시마 수소 에너지 연구단지(FH2R)를 완공했다.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매시간 1200N㎥ 사용 가능한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는 하루에 수소 자동차 약 560대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춰 수소연료전지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셰필드 교수는 수소의 가능성을 보고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든 미 엔진회사 커민스(Cummins)를 예로 들었다. 셰필드 교수는 "디젤·천연가스 엔진, 발전기 등을 만드는 커민스는 무려 20년 전부터 수소연료전지 기술에 투자해왔고 지난해 하이드로제닉스(Hydrogenics)라는 수소연료전지 회사를 인수했다"며 "수소가 향후 모빌리티와 냉난방 인프라에 변화를 가져올 것을 보고 커민스와 같은 기업들이 수소연료전지 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가 아직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에 비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셰필드 교수는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연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소 생산량과 유통, 관련 설비 제조가 늘면서 수소 생산 비용이 2030년이면 지금의 50% 수준으로 빠르게 떨어질 전망이다"라며 "이렇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수소는 다른 저탄소 에너지원은 물론, 기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에도 밀리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