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은 금융기업이긴 하지만, 기술도 잘 활용해 금융 서비스에 적용할 줄 아는 ‘테크핀(Tech-Fin·기술+금융)’ 기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애자일(유연하고 민첩)한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환경에 맞는 개발 문화를 확보하면 디지털 전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은 28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미래금융포럼' 강연에서 “오는 3분기중 ‘KB 원(One)클라우드’라는 독자적 클라우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대고객 서비스, 플랫폼에도 클라우드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와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두 클라우드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클라우드란 데이터를 컴퓨터 내부가 아닌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KB금융그룹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KB원클라우드는 오픈소스(소스 코드 공개) 기반의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다. 기업 내부에 구축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인터넷 기업이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8년 클라우드를 처음 도입한 KB금융은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를 다양하게 시도해왔다. 지난해 10월부터 KB국민은행이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지금은 클라우드 활용에 속도가 붙었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계열사와 부서가 각각 클라우드를 사용하면서 중복 투자가 발생했고, 표준이 없어 운영의 비효율화가 생겨났다. 여기에 금융업 특유의 한계도 있었다.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 보안 사고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KB금융은 먼저 비즈니스, IT 부문이 ‘한 팀’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에 변화를 줬다. 또 클라우드 플랫폼 총괄 부서를 신설해 여러 부서에 흩어져있던 클라우드 역할을 일원화했다. 윤 부행장은 “새로운 기술인만큼 외부 전문 인력을 적극 영입해 역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KB 내부 인력이 클라우드 운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시행착오 끝에 KB금융은 자체적인 클라우드 원칙과 방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은행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 공동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프라이빗·퍼블릭 클라우드를 매끄럽게 연결해 데이터 등 작업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윤 부행장은 “이같은 부분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서비스가 굉장히 유연해야 하며, 각 계열사의 중복 투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프로세스를 일원화하고 표준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관련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윤 부행장은 “클라우드 기술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를 우리 힘만으로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술을 보유한 외부 협력사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동시에 핵심 인력을 양성해 근본 기술은 직접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특히 클라우드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는 ‘파스(PaaS·Platform as a Service)’ 역량만큼은 직접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의 클라우드 정책 최종 목표는 전통 금융 그룹에서 ‘테크핀’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윤 부행장은 “클라우드를 도입해 애자일(유연하고 민첩)한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환경에 맞는 개발 문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