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목적은 유통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을 막고 중소상인 및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면세점과 전통시장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유통혁신을 막는 ‘교각살우’를 경계해야 합니다.”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저성장기 소비 트렌드와 미래 유통’이라는 주제로 ‘2017년 유통산업 포럼’을 열고 ‘한국 면세점 산업의 현황과 미래’에 관해 토론했다.
이번 세션에선 김진국 배재대 교수가 좌장, 조동근 명지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패널로는 이승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장, 김도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 정종영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장이 참여했다.
좌장을 맡은 김진국 교수는 세션을 시작하기 앞서 “면세점 사업은 가장 ‘핫’한 아이템인 동시에 한중관계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많은 유통 관련 법안들이 산업의 발전을 위한 법인지, 유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법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세션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한국 면세점산업 영업규제입법 비판 - 정책모범답안(Policy Correctness) 벗어나야’를 주제로 발표 시간을 가졌다.
조 교수는 “경제민주화라는 유령이 한국경제를 배회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중 골목상권의 이점이 증가하는 것이 아닌, 면세점의 운영을 제한하는 엉뚱한 법안이 있는 게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면세점 국산품 매출의 35%는 중소·중견기업 제품이며 보세판매장 고용인원이 2016년 기준 2만7000명에 달하는 것을 언급하며 “면세점은 중소기업을 성장시키고 고용을 유발하는 고마운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신규면세점은 영업적자가 계속 되고 있는데, 발의안이 적용되면 역설적으로 면세점에 납품하는 중기업체에 피해가 돌아간다”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목적은 ‘유통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고, 중소상인 및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나, 면세산업은 이 부분에 별개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면세점은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유통혁신을 막는 ‘교각살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로 발표를 정리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이승용 변호사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입법적 타당성을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면세점은 특허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으며 직관적으로 봐도 전통시장과의 대체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막강한 입법 재량권을 주고 있는데, 입법이 잘못되면 소비자 편익 감소, 업계 자율성 침해 등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조사 용역으로 편익증가와 공익 증가가 사익 증가보다 큰 지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태 본부장은 면세 시장에 규제를 도입하는 정치권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공업, 조선, 철강, 반도체, IT, 자동차 산업은 국가의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성장해왔지만 면세업은 특별한 정부 지원 없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며 “중소기업 면세권 양보, 기업당 특허 수 제한, 지역사회 공헌, 쇼핑 수수료 제한, 개인의 면세한도 제한 등의 과도한 규제가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도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은 업계의 입장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 이사장은 “면세점 수입의 71.8%가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오며 화장품, 주류, 가방이 가장 많이 팔리는데 전통시장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시기에 영업을 중단하게 돼 직접 매출 피해액이 41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외국인 관광객 71.5%는 쇼핑을 목적으로 입국하고 있는데 면세점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정부정책에 상반된다”며 “한중관계 악화로 면세업계 피해가 큰데, 업계 자체적으로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본, 동남아, 무슬림 국가들을 상대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영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장은 소신 있는 발언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 과장은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서는 믿기 어려운 규제"라며 "유통업이 당면한 현안이 많은데 불합리한 규제 도입에 발목잡힐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세점을 규제한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건 상관관계를 잘못 본 것"이라며 "산업부가 존재하는 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