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에 대한 기존 관점을 버리고, 관광소매업과 부가가치 서비스 플랫폼, 수출 산업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유통산업포럼’ 4번째 세션의 발제를 맡아 “‘면세점 4.0’ 시대를 맞아 연 매출 13조원의 ‘산업’으로 성장한 면세업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통산업포럼은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행사다. 6번째를 맞은 올해 행사는 ‘인공지능(AI)과 미래유통, 기계가 당신의 소비성향을 파악한다’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마지막 세션에서는 ‘전환기를 맞은 면세산업의 과제와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박지웅 기획재정부 부총리 정책보좌관(변호사), 서영길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 박창영 롯데면세점 상무, 최은식 두타면세점 상무, 김진국 배재대 교수 등이 나섰다.
발제를 맡은 서 교수는 “국내 면세점 도입 이후 88년 서울올림픽까지가 면세점 1.0,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가 면세점 2.0, 이후 현재가 면세점 3.0 시대라고 본다면 이제 면세점 4.0 시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면세점은 명품을 할인 구매하는 공항 매장이다’, ‘면세점은 특허권만 있으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한국 면세점이 세계 1위로 관광매력도도 세계적 수준이다’, ‘면세점은 관광사업이다’, ‘2017년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어 한국 면세점 시장은 포화다’ 등을 면세점에 대한 대표적인 5가지 오해로 꼽으며 “이를 풀어야만 면세점 4.0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진국 교수는 “면세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면세점을 부자들이 향유하는 문화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국민 10명 중 7명이 매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만큼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선 면세업이 독과점 사업이라고 비판하지만 독과점이 ‘결과’라면 이는 소비자가 이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이라며 “글로벌 구매력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사업인만큼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은 기업 입장에서 느끼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창영 롯데면세점 상무는 “면세점은 유럽에서 시작했지만 한국 기업들은 소비자 니즈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세계 최초로 시내면세점을 도입하는 등 투자와 혁신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며 “정부의 시장개입은 최소화하고 면세사업자는 스스로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도록 혁신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식 두타면세점 상무는 “신규면세점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선 특허수수료 인하와 특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며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외부적 변동성이 높은 사업인만큼 안정적인 이익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광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서영길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인 단체관광 금지가 공식적으로는 해제됐다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관광은 외교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한중관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웅 보좌관은 정부 입장에서 면세업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말씀하시지만 면세산업이 특허의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며 “유커 유입으로 면세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관광인파가 몰리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면세업체에 수수료를 더 부과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보좌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면세점 입찰 비리와 관련해 제도개선 TF를 구성하고 현행 면세점 제도에 관해 심도 있게 고민중”이라며 “중소중견 면세점의 매출이 크진 않지만 시장독과점 형성을 정부가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TF에서도 중소중견 면세점,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상생협력 가중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