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게 가속화할 것이다. 전통 유통업체들은 앞으로의 포지셔닝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한다."(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
"기존 물류센터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온라인과 결합할 수 있는 외부 자산을 활용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조기영 롯데 미래전략연구소 상무)
"복합쇼핑몰 규제는 국민의 권리를 앗아가는 정책이다. 규제 일변도로 가기 보다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해서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정동섭 딜로이트 전무)
조선비즈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0 유통산업포럼’의 대담 ‘코로나 이후 유통 산업 활성화 방안’에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유통업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세션에는 정동섭 딜로이트 전무,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 조기영 롯데 미래전략연구소 상무가 패널로 참석했다.
정동섭 전무는 "코로나 사태는 지금까지 유지해 온 비즈니스 모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고객의 가치와 서비스에 대한 반응, 상품에 대한 인식 등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이어 "이제 업체들은 달라진 고객의 니즈에 대응해 똑같은 상품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일례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확산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들이 직원 동선을 바꾸거나 매장 구성을 바꾸지 않으면 내방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이경희 소장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위생과 안전 가치, 공급망 관리, 위기관리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코로나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세 가지 가치는 하반기에도 중요하게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소장은 "이번 사태로 유통업에서 온라인으로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대형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비슷한 치킨게임 양상이었다면, 코로나를 계기로 몇몇 업체의 시장 점유 속도가 빨라지면서 구조 재편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시장 구조가 소수의 지배적 플레이어와 다수의 니치(틈새) 플레이어로 양분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앞으로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영 상무도 "코로나 이후 유통업체들은 상품과 서비스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받을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질 것이기에 이에 대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전통 유통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유통망을 유지하면서 온라인 기술력을 결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경희 소장은 "코로나로 인해 경기와 소비심리가 악화하면서 소비자의 가격 민감성, 가성비 민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통업체들은 이에 대한 프로모션 강화 등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유통업은 규모의 경제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어려워진 시대"라며 "연관 산업을 함께 생각해 시야를 넓히면서 이익의 시너지를 올리려는 플랫폼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순수 온라인 유통사에 비해 오프라인 유통사가 갖는 강점은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옴니 채널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1시간 내 배송 등 수요가 늘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전통 유통업체들은 이를 거점으로 더 신속하게 배송을 할 수 있다"며 "이런 차별화된 역량과 자산을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 경쟁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기영 상무도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과거에 비해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유통사들은 자신들만의 차별적인 기존 경쟁력을 온라인과 어떻게 결합해 변화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대한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며 "기존 오프라인 업체는 이미 확보한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패널들은 정부의 유통업 규제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 유통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정부 규제는 크게 출점 규제와 의무휴업 두 가지다. 규제 대상이 기존의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유통산업 규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동섭 전무는 "정부 규제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 이해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방식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고기를 먹여주는 것보다 고기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소상공인을 위한 명확하고 현명한 지원이라고 생각한다"며 "규제 일변도보다는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훨씬 더 좋은 정책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경희 소장은 "규제의 출발은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시행하기 이전 규제의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야 한다"며 "각 기관과 학계, 전문가가 다양하게 참여해 공통의 데이터를 갖고 방법론적 합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면 논의의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기영 상무는 "지금까지 규제를 논의할 때 소상공인, 전통시장, 대형마트, 정부 입장은 여러 각도로 다뤄졌지만, ‘소비자 후생’ 측면은 검토되지 않았다"며 "이를 감안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오프라인 유통시장 자체가 계속 축소되는 상황에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양분화하는 정책이 국내 소비 산업에 긍정적인가 고민해야 한다"며 "오히려 소상공인 대형마트가 협업해서 소매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시장 모두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게 상호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