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이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연구로 확인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의 몸 상태에 맞춘 식단과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 영양'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해 상명대 지능·데이터융합학부 특임교수(한국암웨이 R&D 총괄 상무)는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푸드테크앤트렌드 컨퍼런스'에서 'AI가 이끄는 개인 맞춤 영양의 진화'를 주제로 강연에 올라 "맞춤형 영양과 AI는 최고의 궁합"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맞춤 영양의 근거로 2015년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실린 연구를 소개했다.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는 음식으로 알려진 바나나를 먹고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표적 고혈당 식품인 쿠키를 먹고도 혈당 변화가 거의 없는 사람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후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동일한 식단을 제공한 연구(2020년 네이처 메디신)에서도 개인별 혈당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2024년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는 개인 맞춤 식단을 따른 그룹의 체중·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일반 식단 그룹보다 뚜렷하게 개선됐다. 조 교수는 "이 연구들이 던진 메시지는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맞춤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조 교수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 맞춤 영양·보충제 시장은 지난해 159억달러에서 2033년 486억달러(약 65조원)로 연평균 15%씩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시장은 같은 기간 5억6000만달러에서 18억6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로 3배 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가운데 AI 기반 시장은 연평균 27.2%씩 성장해 2033년 102억달러(약 1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봤다. 소비자 수요도 뚜렷하다. 전 세계 소비자의 59%가 자신의 영양 요구에 맞춘 제품에 관심을 보였는데, 중국에선 이 비율이 77%에 달했다고 한다.
조 교수는 AI가 맞춤 영양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이유로 데이터 분석 속도를 꼽았다. 그는 "과거엔 수십명의 통계학자가 수많은 시간을 들여야 얻던 인사이트를 이제는 며칠, 몇 시간 만에 얻는다"며 "웨어러블 기기로 실시간 생체 데이터를 받아 측정·분석·추천·실행·학습을 반복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알고리즘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대신 가상의 '디지털 쌍둥이'로 먼저 효과를 시험해 보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업계 사례로는 설문 기반으로 맞춤 비타민 팩을 구독 판매하는 미국 '페르소나', 연속 혈당 측정기(CGM)·체중계 데이터를 연동해 대사질환 환자를 관리하는 '오마다' 등을 소개했다. 한국암웨이가 선보인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반 맞춤 유산균 서비스 '마이랩'은 약 17만 건의 데이터가 쌓였고, 재검사를 받은 이용자의 약 82%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체 분석(NGS) 과정 없이 알고리즘으로 결과를 예측해 비용을 낮춘 서비스도 내놨다.
조 교수는 "AI 시대에 맞게 규제가 뒷받침해 준다면 기술뿐 아니라 산업 전체가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장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