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부재, 산업 발전 발목 잡아”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기술 수준 평가할 표준 없어”

민상윤 솔루션링크 대표이사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은 지구상의 공급망 전체를 바꿔버릴 수 있다”며 “현재는 ‘표준’으로 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1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연구원(HIT)에서 열린 ’2025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에서 ‘국제표준화 동향과 국내 현주소’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솔루션링크는 KAIST 소프트웨어 공학 연구실 출신 석·박사들로 구성된 소프트웨어 공학 전문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소프트웨어 안전 공학, 자동차 전장 시스템의 기능 안전 분야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는 “현재는 어떤 피지컬 AI가 개발되더라도, 관련 표준이 없어 폭발적인 상업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표준의 부재가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 대표에 따르면 현재 로봇·AI 관련 국제 표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43개,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44개 등 총 87개가 있다. 하지만 모두 피지컬 AI 표준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는 게 민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SC42(ISO/IEC가 공동 설립한 AI 국제표준화 위원회)에서 만든 표준들은 품질 관리 전문가들이 주도했다.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테스트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있는 표준들은 AI 매니지먼트, 윤리, 교육 안전 등 기술 구현과 무관한 분야에 집중돼 있어, 실제 현장에서 피지컬 AI를 검증하고 상용화할 기술 표준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피지컬 AI와 기존 제조 로봇의 차이점을 ‘실시간 학습’과 ‘환경 적응 능력’으로 꼽았다. 그는 “프로그래밍된 로봇은 코드를 보고 테스트할 수 있지만, 스스로 학습한 AI는 엔지니어가 테스트 케이스를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지컬 AI는 제조업을 오프쇼어링하면서 쇠퇴한 미국이 다시 제조업 경쟁력을 되찾게 할 능력이 있다”며 “제조를 더 이상 동남아에서만 할 필요 없다. 로봇을 활용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공급망 전체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민 대표는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을 사례로 들며, 표준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는 것은 디팩토 스탠다드(사실상 표준)로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미국도 표준 경쟁에 분주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분야별로 차별화된 표준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 대표는 “제조 분야에서는 선점 전략이, 자율 주행과 같은 분야에서는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