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
“美日 줄기세포보다 K세포가 우위”

“세포 주권을 넘어 세포 패권의 시대가 온다. 우리 세포로 우리 환자를 치료하고, 전 세계로 기술을 수출하는 한국형 세포 치료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은 6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기조 강연에서 “세포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환자를 치료할 수 없고, 외국에 막대한 로열티(특허사용료)를 내야 하는 ‘세포 의존국’이 된다”며 “지금이 바로 세포 주권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차바이오그룹 설립자인 차광렬 연구소장은 난임, 줄기세포, 재생의학 분야에서 세계적 인정을 받은 권위자다. 1998년 세계 최초로 난자를 급속 냉동하는 방식(유리화 난자 동결법)을 개발해 난임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당시 그가 처음으로 설립한 난자 은행은 현재는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세포·유전자 치료(CGT)는 살아있는 자가·동종 세포를 사용해 세포와 조직 기능을 복원하고,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특히 세포치료제는 항체의약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현재 20조원 규모인 세포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2년에는 11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 소장은 “이제 의약품만으로는 질병을 고칠 수 없는 시대”라며 “세포가 치료제가 되고, 생명공학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해 사람의 생명을 복원하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그는 세포를 ‘살아있는 인공지능(AI)’이라고 비유했다. 차 소장은 “세포는 생명 정보가 축적되고, 스스로 분화하며, 환경에 반응한다”며 “세포를 AGI(범용인공지능)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세포를 이해하는 순간, 인간의 생명과학은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소장은 “한국이 세포치료 분야에서 뒤처질 이유가 없다”며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1998년에 세계 최초로 난자 동결에 성공했고, 그 기술이 줄기세포 연구의 기반이 됐다”며 “난자에서 유래한 세포는 면역 거부가 없고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K-세포’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2014년 차병원 연구진은 성인 체세포 기반으로는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에서 채취한 핵을 이식해 복제 배아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과거 황우석 박사가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차병원 연구진이 실현했다.
차병원 연구진은 이어 난자만으로 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확보했다. 정자 없이 난자에 인공적인 자극을 주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이다. 일본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가 다 자란 세포를 원시세포인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렸다면, 차병원은 난자에서 바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셈이어서 안전성과 유전자 안정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차 소장은 “일본의 iPS세포는 시험관에서 만든 세포로 유전자 변이·종양 발생 가능성이 보고됐지만, 우리는 생체 유래 세포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며 “미국의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에서 얻어 윤리 논란이 있지만 난자 유래 만능줄기세포는 그런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차 소장은 이날 한국이 ‘세포 패권’을 잡기 위한 3가지 전략도 제시했다.
차 소장은 “첫째, 국내 환자가 외국으로 나가지 않아도 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외국 환자가 한국으로 들어와 치료받는 의료관광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셋째, AI 기반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세포의 특성과 치료 효과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소장은 “현재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위탁생산 중심 사업으로는 한국이 세계 50대 제약사에 들기 어렵다”며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라이선싱 아웃)이 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차바이오그룹이 추진 중인 세포치료 사업 현황도 공개했다. 차 소장은 “판교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세포치료 공장을 짓고 있고,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26개 임상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난자 유래 줄기세포로 만든 ‘맞춤형 만능줄기세포’는 이미 특허를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임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규제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차 소장은 “미국은 몬태나주 등에서 식품의약국(FDA) 승인 없이도 환자가 세포치료를 받을 수 있게 문을 열고, 일본은 세포치료를 의사의 치료 행위로 인정해 이미 수만 건이 진행됐다”며 “우리는 여전히 규제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성은 관리하되,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세포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고 했다. 차 소장은 “세포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산업이 없다”며 “세포는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생명과 산업의 근간이고, 기업, 병원, 연구소뿐만 아니라 공장(생산시설)과 정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진정한 K-바이오, K-세포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