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규 에이비엘바이오 연구개발본부장 강연
이중항체 ADC로 암세포 공격 2배↑ 부작용↓
연말부터 FDA에 후보물질 2종 임상 1상 신청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암세포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이 차세대 치료제 기술이 여러 암에서 우수한 치료 효능이 입증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독자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ADC는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 기술이다. 기술의 핵심은 암세포를 찾아 가는 ‘항체’와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페이로드)’,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링커’다. 암세포 표면의 항원 단백질에 항체가 붙으면 약물을 전달하는 식으로 정밀 공격이 가능하다.
세계 최초 ADC 약물은 미국 화이자의 백혈병 치료제 ‘마이로탁’으로,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지만 지금은 독성 문제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화이자는 일본 다케다와 림프종 치료제 ‘애드세트리스’를 공동 개발했고,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 길리어드의 ‘트로델비’ 등 혈액암·고형암을 아우르는 20여 종의 ADC 치료제가 잇따라 등장했다.
ADC는 2022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를 계기로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ADC 신약 ‘엔허투’의 유방암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발표되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암의 진행이 멈춘 무진행생존기간(mPFS)이 10.1개월로, 대조군(5.4개월)보다 두 배 가까이 길었다. 엔허투는 지난해 4월 FDA로부터 모든 고형암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받으며 ADC 붐을 견인했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의 ADC 확보 경쟁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화이자는 60조원에 미국 ADC 전문 기업 씨젠을 인수했고, 미국 머크(MSD)는 다이이찌산쿄의 ADC 치료제 3종을 총 30조원에 도입했다. 미국 애브비는 이뮤노젠을 14조원에 인수하며 난소암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고, 다케다는 중국 이노벤트와 16조원 규모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DC 관련 M&A·파트너십 규모는 약 1000억달러(한화 14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리가켐바이오(147,400원 ▼ 1,400 -0.94%), 에이비엘바이오(99,700원 ▼ 1,600 -1.58%), 알테오젠(521,000원 ▼ 7,000 -1.33%), 인투셀(53,000원 ▼ 2,000 -3.64%) 등이 독자 ADC 기술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대표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173,700원 ▲ 800 0.46%)도 ADC 신약개발에 나섰다.
리가켐바이오는 링커·페이로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미국 얀센, 암젠을 비롯해 누적 10조원에 가까운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정맥주사(IV) 방식의 ADC를 피하주사(SC)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인투셀도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술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와이바이오로직스(20,950원 ▲ 350 1.7%) 등과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 플랫폼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ADC는 항체가 하나 들어가지만, 이중항체 ADC는 항체가 두 개여서 표적 두 가지를 동시에 인식한다. 암세포에 대한 결합력이 2배가 돼 그만큼 공격력이 더 강해지고 내성 문제도 줄일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자회사인 네옥바이오를 통해 이중항체 ADC 물질 ‘ABL206’과 ‘ABL209’의 미국 임상 1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연말과 내년 초 FDA에 임상 1상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각각 제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회사는 뇌에서 약물을 차단하던 혈뇌장벽(BBB)을 투과하는 ‘그랩바디(Grabody)’ 기술도 개발해 국내외 업체와 기술이전,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4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를 총괄했던 이상훈 대표는 함께 일했던 유원규 수석연구원과 이재천 전략담당 상무와 함께 2016년 초 에이비엘바이오를 세웠다. 유원규 부사장은 현재 에이비엘바이오에서 이중항체 ADC와 BBB 플랫폼 등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다.
유 부사장은 11월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리는 2025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5)에 강연자로 나선다. HIF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AI와 첨단 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이다. 이날 유원규 부사장은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 개발 동향 및 전략’을 주제로 ADC 최신 연구 동향과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행사 개요
△행사명: 2025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일시: 2025년 11월 6일(목) 09:00~16:20
△장소: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
△주제: AI와 첨단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선비즈
△후원: 보건복지부
△등록·참가비: https://e.chosunbiz.com
△접수·문의: 02-724-6157, event@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