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ESG] “ESG 재무제표 미리 준비할 때”… 회계·기업·당국 한 목소리

조선비즈 ‘THE ESG 포럼’ 성황리 개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그 성과를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정량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아서다. 동시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돌아오면서 ESG 공시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선비즈가 주최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후원한 ‘2024 THE ESG 포럼’에 참석한 회계 전문가들은 큰 줄기를 따라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ESG 공시 의무화는 결국 도입될 것이고, ESG 관련 비용과 성과를 적극 반영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THE ESG 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와 강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THE ESG 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와 강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올해 4회째인 이번 포럼은 ‘ESG 재무제표도 바뀌어야 한다’라는 주제로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조선비즈는 2026년 이후 본격화할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ESG 경영이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 등을 짚어보고자 이날 포럼을 마련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송민섭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ESG와 관련한 핵심 의제는 기후와 공시 의무화라고 진단했다. 정책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ESG 공시를 토대로 시장의 신뢰성도 마련하려고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여전히 ESG 관련 고민이 정성적 부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송 연구원은 “기업의 ESG 활동을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할지 요구하기보다, ESG를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위해 기업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과 영국재무보고위원회(FRC) 등 ESG 공시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감독기관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대비할 것을 권했다. 송 교수는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을 빨리 끌어올리려는 정책 방향에 발맞춰 기업이 기회를 잡아야 하고, 이때 ESG 공시 정보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송민섭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4일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4 THE ESG포럼’에서 ‘감독당국의 기후관련 공시 평가 해외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조선비즈
송민섭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4일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4 THE ESG포럼’에서 ‘감독당국의 기후관련 공시 평가 해외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조선비즈

두 번째 발표자인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기업이 정확한 비용을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ESG 활동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유럽배출가스기준 유로7 적용에 따라 디젤 차량은 설 자리가 사라졌다. 완성차 기업 르노는 이를 고려해 기존 디젤 차량 생산 설비도 감가상각 정도와 전기차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 계약 사항을 재무제표에 담았다.

이 교수는 “환경 등 ESG와 관련한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채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하면 굉장한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기후 관련 이슈를 재무제표에 적극 반영하고, 수출 기업에 대한 제재도 고려하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도 현재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마련하고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련 공시 의무화 시기는 ’2026년 이후’로 불명확하다. 이 교수는 “유럽 지역에선 에너지와 광물, 운송 분야 등에서 이미 더 높은 수준의 ESG 공시를 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의무화 시점을 기다리기보단 미리 준비할 것을 권했다.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4 THE ESG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비즈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4 THE ESG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비즈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관계 당국과 회계업계, 학계 전문가들도 ESG 경영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위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 기업과 당국 모두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사전 적용하면서 기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시할지, 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익 우리금융지주 회계부장도 “ESG 공시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기업도 일반적 내용은 이해하지만, 구체적인 부문에서 헛갈릴 수 있는 지점이 많다”며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실무 가이드라인과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허규만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회계감사부문 파트너는 “아직 ESG 관련 세밀한 감사가 체득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회계업계에선 지속가능성 관련 인증과 방법론을 꾸준히 개발하고 내부 교육도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관계 기관들은 지속가능성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주은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 금융회계팀장은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중장기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국회계기준원 등과 협의해 (ESG가) 재무제표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지원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수미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상임위원은 “전통적 회계 기준과 지속가능성 기준이 나뉘어있다 보니 ESG 관련 공시가 활발하진 않은 것 같다”며 “더 많이 의견을 듣고 지속가능성 기준 등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4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4 THE ESG 포럼'에서 패널 토론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조선비즈
4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4 THE ESG 포럼'에서 패널 토론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조선비즈

#2024 ESG

=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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