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모든 것이 달라지는’(Switch-A-Roo)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에너지·기후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99%다.”(조지 데이비드 뱅크스 전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환경 특별보좌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특성상 에너지 안보는 정책의 핵심 축이다. 미래에너지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책 결정에 반영하겠다.”(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에너지가 풍부한 미국, 러시아, 카타르, 사우디 등과 에너지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또 미래의 에너지 강국으로 꼽히는 호주, 캐나다뿐만 아니라, 엑손모빌 등 거대 에너지 기업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안세현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4 미래에너지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에너지 내셔널리즘’(Energy Nationalism·에너지 민족주의)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와 기업인, 정부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환 충청북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충북은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핵심 허브로 자리잡고 있는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북의 전력 자립도는 9.4%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14위에 불과하다. 이러한 에너지 자립도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과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안보 문제로 접근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한·미 동맹은 지역 안정의 초석이자 글로벌 에너지 협력의 모델이 돼 에너지 복원력을 크게 향상시킨다”며 “에너지원 다변화,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기조연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환경 분야를 자문한 조지 데이비드 뱅크스 특별보좌관이 맡았다. 그는 “미국에선 행정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재선돼도 의회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며 “IRA에 대한 대규모 수정이나 폐지 같은 중요한 결정은 특정 정당이 의원과 백악관을 다 장악하고 있어야 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행정부가 꾸려지면 기존의 정책, 특히 규제 관련 부분을 많이 뒤집으려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IRA) 감축법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크게 바뀌기 어려워도 규제 내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이사는 ‘전기의 시대를 위한 차세대 그리드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전력 송·배전 인프라(기반시설)를 얼마나 잘 구축했는지, 전력 손실을 얼마나 적게 하는지가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현재 정책을 유지하는 시나리오(STEPS)상으론 2050년에 3만8746TWh(테라와트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장 많이 보급된 4세대 서버의 하루 전력 사용량은 전기차 18대와 맞먹는다”며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사용량이 현재 400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1000TWh로 2배 넘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협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에너지 내셔널리즘을 ‘국가 간의 충돌’에 비유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에너지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상황 속에서 서로의 이익이 충돌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파장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