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가 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EPL)에 4000억원 넘게 쓰신 거 보셨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외형을 확장할수록 소비자와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습니다.”
임유철 H&Q코리아 공동 대표이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 임유철 공동 대표이사가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4 유통산업포럼 강연에서 “이커머스 기업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고 락인(Lock-in·자물쇠) 효과를 얻기 위해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며 “기존 오프라인 유통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방어 전략을 펼치면서 PEF에도 새 길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11번가 같은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에 수천억원대 투자를 주도한 투자 전문가다. 그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PEF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23년간 H&Q코리아 한 곳에만 몸담았다. 투자은행(IB)업계가 이직이 잦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거래액 기준 세계 4위, 침투율 기준 세계 2위, 인당 거래액 기준 세계 2위 시장이다. 침투율은 전체 소매시장 가운데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그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3.7%에 달하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약 166조원까지 불어났다”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정작 사모펀드 수익률은 시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여러 사모펀드가 각자 이커머스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지만, 이커머스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치킨게임(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극단적 게임이론)을 벌였다.
임 대표이사는 “최근에는 장기간 주도권 싸움이 끝난 다음 높은 자본력 가진 이커머스 기업이 경쟁 구조를 새로 짜는 중”이라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점유율을 늘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하면서 사모펀드 투자 성과가 저조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주요 이커머스가 경쟁할수록 소비자 일상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아마존을 보면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도 있고
클라우드 비즈니스도 하고, 멤버십 형태 지불 시스템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한 오프라인 신선식품 마켓 홀푸드까지 인수했죠.
본업에만 몰두하기 보다
수익성 좋은 다른 사업으로 계속 뻗어 나간다는 뜻입니다.임유철 H&Q코리아 공동 대표이사
그는 쿠팡과 네이버를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이커머스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로 외형을 확장하면서 일상 생활 곳곳에서 이커머스발 지형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외형적 스케일 업(scale up)과 에코시스템(생태계) 확장이 고성숙기에 도달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 핵심 키워드”라고 말했다.
임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당분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소수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커머스에 대응해 전통 리테일 기업들은 대내적으로는 자동화나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비용을 효율화할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단순한 쇼핑에 재미를 더한 쇼핑테인먼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