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앱을 통해 이용자는 한 곳에서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을 간편하게 이용한다. 다양한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금융사도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인공지능)센터장이 AI가 폭 넓게 활용될수록 소비자와 금융사가 얻는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주제로 진행된 조선비즈의 ‘2024 미래금융포럼’에서 “금융사 입장에서 AI는 거들 뿐, 핵심은 데이터”라며 이 같이 말했다.
오 센터장은 2004년부터 17년 동안 한글과컴퓨터에서 일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인물이다. 지난 2022년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후, 현재는 금융에 AI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발굴하는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 센터장은 과거에는 금융이 ‘파편화(化)’돼 있었다고 했다. 여러 금융사들의 플랫폼이 나눠져 있어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컸고, 각 금융사들도 다른 업권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사들은 여러 금융 서비스가 통합된 슈퍼앱을 통해 고객들의 성향과 관심은 물론, 유행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서 ”간편하게 가치 있는 정보를 수집해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AI 기술로 고도화 된 금융 플랫폼의 영역이 비금융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국민지갑’을 사례로 제시했다. 국민지갑은 하나의 앱에 전자증명서, 각종 쿠폰, 전자문서 등을 담은 금융·비금융 통합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은 국민지갑을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 최근 신규 서비스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
오 센터장은 “휴대전화에 국민지갑 앱만 깔려 있으면 여행을 갈 때 신분증과 항공권 없이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서 “국민지갑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데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KB국민은행의 ‘마이현금 개인화 서비스’도 금융사에서 AI가 활용되는 사례로 소개됐다. 그는 “AI 기술 장벽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누구나 손 쉽게 활용이 가능해졌다”면서 “고객들은 시기별로 자신의 소득과 소비 내역을 파악하고, AI 기술이 상담 서비스를 통해 자산 관리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 센터장은 금융에서 AI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이용자가 늘수록 여러 사고와 문제점이 돌출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업종이든 AI와 관련한 윤리 기준과 바람직한 활용 방향을 먼저 규정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KB국민은행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AI 정책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