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미래전략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회장이 앞으로 금융과 다른 산업 간 장벽이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경제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력과 통화 정책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솅커 회장은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3 미래금융포럼’에서 가진 온라인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금융과 다른 산업들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해졌는데,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의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솅커 회장은 최근 금융의 빅블러가 가속화된 이유로 금융 정보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5년 전과 달리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결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며, 과거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이용할 정보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 외 산업 종사자들도 다양한 경로로 통화 정책과 여러 경제 정책 입안 등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이를 경영과 업무에 활용하면서 금융과 다른 산업의 경계가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솅커 회장은 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빅블러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대중이 유튜브나 레딧(미국의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수많은 트레이딩 기법을 학습하고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들면서 금융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을 근거로 솅커 회장은 앞으로 금융과 산업 간 장벽이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미국 연준을 포함한 각 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 사태 후 심각해진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과 경제 정책 관련 정보 습득과 소통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솅커 회장은 금융 빅블러 시대에서 한국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고 글로벌 리더로 올라서기 위해 필요한 요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경제와 금융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력을 높이고, 중앙은행과 정부도 활발한 소통을 통해 통화 정책을 포함한 각종 경제 정책에 대한 투명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도 더 높은 부가가치를 갖는 고품격 금융 저널리즘을 실현하는데 힘써야 한다”며 “국민 각자가 미래학자처럼 생각하고 여러 정보를 폭넓게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