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패러다임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을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 역시 장기적인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고유 기능에 ESG를 내재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평가기준의 변화와 금융기관 대응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ESG의 등장이 전 세계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 대표는 “리베카 핸더슨 하버드대학 교수의 저서 ‘자본주의 대전환’에서 기업 경영과 투자를 할 때 ESG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계속해서 ESG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SG 투자와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은 2000년대 들어 주류 금융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발생한 뒤 본격적으로 지속가능금융의 생태계가 조성되며 ESG가 투자의 중심에 서고 있다.
투자자는 투자 행위 속에 ESG를 고려하고 있고 기업은 이에 따라 ESG을 고려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회계법인 등 금융 중개인 역시 전통적인 재무 평가에서 벗어나 ESG에 대한 성과도 평가하기 시작했다.
류 대표는 수탁자 자본주의도 지속가능금융의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탁자 자본주의는 다른 사람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연기금, 국부펀드 등 수탁자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피해를 본 투자 주체인 연기금, 국부펀드가 새로운 투자 원칙·방법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ESG를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글로벌 주요 연기금 CIO들은 2020년 3월 ‘지속 가능한 자본시장을 위한 우리의 연대’ 선언을 통해 기금의 장기 운용과 지구 생태계와 종업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투자, ESG 요소를 투자 전 과정에 통합 등을 천명했다
류 대표는 “초대형 장기투자기관이 기존 운용방식에서 탈피해 장기주의, ESG, 스튜어드십에 입각해 투자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한 장기투자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ESG가 주류로 자리 잡은 만큼 기업들의 ESG 경영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지속가능경영, 사회적책임(CSR) 등이 모두 지속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는 기업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ESG는 자발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탄소세 발생, 투자자의 ESG 성과 반영 등 시장의 매커니즘의 변화에 의해 기업이 자발적, 선택적이 아닌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류 대표는 “SNS를 통해 기업의 정보가 세계 한 바퀴를 돌고 있고 환경, 다양성, 형평성 등을 중시하는 MZ 세대가 소비자이자 종업원, 투자자가 되며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ESG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ESG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류 대표는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장기적인 투자 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투자를 단기적으로 보지 말자는 FCLT 이니셔티브에 전 세계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곳에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류 대표는 각 금융기관이 고유 기능과 서비스에 ESG를 내재화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예를 들어 증권사는 (투자할 때) 재무적인 것과 함께 ESG 성과, 리스크 등을 어떤 기업이 잘 관리하고 있는지 봐야 하는 등 고유 업무 속에 ESG를 내재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류 대표는 금융기관의 투명한 정보 공개도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ESG 금융 상품이 등장했으나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며 “투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ESG 관련) 전략, 방법론에 대한 원칙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