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서 신한금융그룹 신한DS 부사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 미래금융포럼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래금융포럼은 조선비즈가 2012년부터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9번째를 맞는다. 올해 포럼은 '빅테크와 기술 발전이 이끄는 금융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신한DS그룹은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략을 주도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담당한다. 조 부사장은 맥킨지와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은 이날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글로벌 포춘 500 기업 상위권에서 금융사가 사라지고 있다"며 "현재 금융사에게 디지털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조 부사장은 "글로벌 상위 10대 시가총액 기업을 조사해보면 1등부터 7등까지 디지털 그룹이며, 금융그룹은 사라졌다"며 "현재 금융사는 위기에 처해있다"고 했다.
이 위기는 한국 금융회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 부사장은 "한국은 금융데이터가 상당히 잘 갖춰진 나라다. 국민의 대부분이 신용카드를 쓰고 있고, 금융에 대한 기대치도 매우 높다. 현금 없이 금융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며, 현금을 쓰더라도 현금영수증을 통해 데이터를 받게 돼 100% 금융자산과 지출내역, 소득수준이 모두 파악되는 사회"라고 했다.
또 "한국 소비자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적응 속도가 굉장히 빠른 나라"라며 "카카오뱅크는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성공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인 인터넷은행을 살펴보면 성공까지 4년이 걸리는데, 카카오뱅크는 2년 만에 성공했다"며 "밀레니얼 세대의 금융 적응력이 빠른 것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니어 계층까지도 디지털 수용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조 부사장은 신한금융그룹이 이러한 디지털 변화에 대비해 2017년부터 전략적으로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제휴 및 오픈 이노베이션, 인적역량 강화, 조직문화, 거버넌스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먼저 그는 AI기술과 빅데이터가 촉발하는 플랫폼 전쟁이 향후 금융회사에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 부사장은 "저희 같은 금융사도 이제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플랫폼 전쟁이 시작됐다"고 했다.
조 부사장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의 전체 고객은 약 3600만명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플랫폼인 카카오톡의 고객이 4000만명가량인데, 신한금융그룹의 고객 수가 카카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다. 그는 "전체 고객의 전 금융 데이터가 집결되는 플랫폼이 생겨날 것이고, 이를 통해 개인 맞춤화된 가격 정책과 상품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여기서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AI와 머신러닝"이라고 설명했다.
조 부사장은 신한이 AI 역량을 갖추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플레이어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대비 AI 기술 역량이 2~3년 뒤쳐져 있어서 뛰어난 AI 플레이어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AI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AI 전문 자회사인 신한AI를 설립했다. 그리고 캐나다 AI 전문기업인 엘리먼트 AI와 협력해 자본시장을 예측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네오(neo) 앱을 만들어 고객에 서비스 하고 있다. 또 신한의 엑셀러레이터인 ‘신한 퓨처스랩’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진출해 새로운 IT 기회를 찾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선 글로벌 엑셀러레이터인 ‘플러그 앤 플레이(Plug&Play)’와 손을 잡고 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 밖에도 그는 "기술을 실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내부적으로 인재를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문화와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했다. 조 부사장은 "지금과 같이 고객의 요구사항이 높아지고 각 고객의 기대수준도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금융사들에겐 실리콘밸리처럼 빠르게 실패하고 성공으로 연결하는 애자일한 문화가 필요하다"며 "보수적이고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조직문화로는 디지털 변화의 현실에 적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