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전문가의 제언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선두 자리를 놓고 글로벌 빅데크 기업들을 포함한 국내·외 다수 기업이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현하는 데 있어 NFT가 접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NFT는 희소한 자산에 디지털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아트부터 음악, 시, 영상, 소설, 심지어 트윗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수집품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도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초 만에 완판’ ‘한 장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을 호가하는 가격’ 탓에 사기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게 현실이다. NFT 참여자·투자자에 대한 어떤 규제나 보호 장치가 없는 것도 그 원인으로 꼽힌다.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가상자산 콘퍼런스 2022’를 찾은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NFT 산업을 깊이 이해해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기업들은 한탕주의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다양한 NFT 프로젝트에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혜진 바이야드 대표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데, 기술이 비즈니스, 콘텐츠를 만나면서 진화하는 과정도 빨라 NFT가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 정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면서 “이렇게 빨리 바뀌는 산업에는 정부 당국자들의 이해도가 깊어야 하며, 어렵다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의미 있는 발언권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얼마 전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코인원이 탈중앙화지갑으로 자산을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정말 통탄스러웠다”라고도 했다. 이어 “정부가 오는 3월 말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이를 강제하면서 거래소가 이를 이행한 것인데 탈중앙화지갑은 (개인정보가 아닌) 지갑 주소만으로도 웹사이트에서 모든 경제·소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이를 막아버리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블록체인, NFT 지형에서 봤을 때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했다. 정부가 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시장의 자정 작용조차 막아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아름 라인테크플러스 블록체인 사업 프로젝트매니저(PM)·리드도 “정부는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라면서 “탈중앙화 생태계는 국경이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국가 내 시장만 보호하기보다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을지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PM은 기업이 정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만큼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단순히 돈이 되니까 휘발성 콘텐츠를 가지고 뛰어드는 한탕주의보다는 정말 이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고 NFT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서울옥션블루가 선보인 디지털 아트 플랫폼 엑스바이블루의 오세건 디지털팀 이사는 “무명의 창작자들이 창작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업과 불리한 계약을 막아주는 표준계약 같은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빨리 나와야 한다”라며 “기업 역시 단발성으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재산권(IP)을 빨리 소구하려는 것보다는, 이들이 훗날 거장처럼 큰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상생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