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정부는 금융산업의 경쟁과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핀테크에서 찾고 있다"며 "신생 핀테크 기업 뿐만 아니라 전통 금융회사의 핀테크 부문 확장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권 단장은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미래금융포럼’에 참석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무관 한 명에 불과했던 핀테크 관련 인력이 내주 중엔 40명까지 늘어난다. 20년만에 80배로 행정조직이 커진 만큼 핀테크 활성화는 그만큼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단장은 정부가 핀테크 활성화에 힘쓰는 이유 중 하나로 최근 세계 금융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을 꼽았다. 빅 블러란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뜻이다. 최근 금융과 IT(정보통신), 제조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권 단장은 "빅 테크(Big Tech·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 및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술 기반 기업집단)의 금융산업 진출이 활발하다"며 "빅 테크는 고객 네트워크와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반면, 전통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만 금융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통 금융회사는 안전과 신뢰를 기초로 하다보니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진다"며 "신생 핀테크 기업의 적극적 공격으로 전통 금융회사들도 바뀌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이 소극적인 데는 정부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공격적인 신사업 진출을 억제하고 각종 규제를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권 단장은 이날 포럼에서 신생 핀테크 기업과 전통 금융회사의 핀테크 확장을 위한 6대 디지털 금융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적극 운영 ▲낡은 규제·복합 규제 과감한 혁신 ▲핀테크 투자·지원 확대 ▲핀테크 신시장 개척 ▲글로벌 핀테크 영토 확장 ▲디지털 금융 보안·보호 강화 등이다.
권 단장은 특히 금융규제 샌드박스 신청에 105건이 접수된 데 대해 "규제가 얼마나 많았으면 이렇게 많이들 신청했겠나 싶어 반성했다"고 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란 기존 규제로 인해 시도할 수 없었던 각종 핀테크 서비스를 일정 기간동안 해당 기업에 한해 허용해주는 것이다. 금융위는 샌드박스 시행 추이를 지켜본 뒤 금융 시장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권 단장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전향적으로 운영하고, 낡고 복합적인 규제는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며 "지금까지는 전통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데 다소 제약이 있었는데, 상반기 중에 이같은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 한 청중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새로운 핀테크 기술을 시도할 수 있게 허용해주는 점은 좋지만, 결국은 정부에 의해 좋은 기술, 나쁜 기술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권 단장은 "금융위가 주관 부처이긴 하지만, 금융규제 샌드박스 관련 심사는 민간 위원 등으로 구성된 혁신심사위원회에서 실시하고 있다"며 "민간, 특히 기술 전문가 관점에서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