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16’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의 활용 정밀의료와 병원 보건산업(신약 개발)의 미래’를 주제로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좌장을 맡았고 데이비드 리(David Lee) 메디데이터 최고데이터책임자(CDO)와 이상헌 고대안암병원 부원장, 박래웅 아주대병원 교수, 이상준 셀트리온 부사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상헌 부원장은 “고려대 융복합 연구센터연구원(KU-MAGIC)은 SK㈜C&C와 ‘에이브릴’ 감염병 서비스 개발 협약(MOU)을 맺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감염병 플랫폼을 구축해 세계 최초로 AI 기반 감염병 예방과 조기 진단 및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브릴은 SK㈜C&C가 IBM에서 도입한 인공지능(AI) 서비스로 IBM의 AI인 ‘왓슨’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부원장은 이어 “우리 병원이 추구하는 ‘미래 융합병원’에서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의 대소변 상태부터 얼굴 표정에서 드러나는 기분 상태까지 파악해 환자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AI를 통해 분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래웅 교수는 “아주대의료원을 비롯한 국내외 56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오디세이 컨소시엄(OHDSI·Observational Health Data Science and Informatics)’은 다국적 의료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등 일반적인 만성질환자의 치료방법을 분석해 세계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앞으로 각국의 다양한 환자군 데이터를 이용한 빅데이터 의료 연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 의료 데이터의 개방성이 아직까지는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헬스케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개방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부사장은 “현재까지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앞으로는 바이오기술(BT)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과 임상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 벤처들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약이 임상 1상시험에서 판매 허가까지 받을 확률은 10% 미만이지만 바이오마커 등 빅데이터를 임상에 활용할 경우 이 확률이 26%에 달할 만큼 차이가 난다”면서 “과거에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을 진행한 후 이를 분석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와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픈토크 일문일답.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하 선경)= 먼저 데이비드 리 CDO에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메디데이터라는 회사가 흥미롭습니다. 메디데이터의 미션과 비전이 무엇인지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데이비드 리(David Lee) 메디데이터 최고데이터책임자(이하 리 CDO)= 우리 회사는 기술 회사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고객들인 제약회사들의 데이터를 통해 임상시험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우리의 비전입니다. 회사의 수익모델이라고 한다면 구독 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특정 기간 동안 수수료나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용자의 99%가 이러한 방식의 구독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선경= 박래웅 교수가 발표한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오디세이)이 상용화됐을 때 메디데이터 솔루션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리 CDO= 우리도 비슷한 원칙을 적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비슷하지만 구분이 되는 데이터를 적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임상시험 내에서 적용한 것입니다. 다양한 환자와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임상시험에 등록을 했던 환자군입니다.
전 분야의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시도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프로그램과 목적, 접근방식 등에서 비슷합니다. 이런 것들을 집계해서 알게 된다면 의사결정에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경= 박 교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겠습니다. 비영리를 강조했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만약 지금 사업으로 돈을 번다고 한다면 메디데이터 비즈니스와는 무엇이 다릅니까.
박래웅 아주대병원 교수(이하 박래웅)= 메디데이터 데이터와는 완전 차별화된 것입니다. 메디데이터는 아주 잘 정리된 기준에 맞는 환자 데이터로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리얼) 데이터입니다.
또 하나는 오픈 플랫폼입니다. 많은 파트너들이 있고 데이터가 공개돼 있어서 누구든지 참여해 놀라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 올려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또 데이터 파트너들은 거기 있는 지식을 제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제약사들은 알고 싶은 지식을 순식간에 얻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경= 이번엔 이상준 부사장에게 묻겠습니다. 셀트리온이 직접 관여하는 바이오시밀러 영역, 어떤 부분에서 도전이고 기회이고 위험입니까.
이상준 셀트리온 부사장(이하 이상준)= 기업 측면에서 봤을 때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측면은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에 비해 복잡한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라는 도전에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실제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세계 최초로 승인 받을 때 유럽에 허가 신청을 했을 당시 미국에는 가이드라인조차 없어서 허가 신청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전했고 허가를 받았고 판매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쁨과 즐거움도 있었지만 제품 개발 측면에서 노하우도 쌓고 R&D 능력도 향상됐습니다. 또 신약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국가별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진행되는지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습니다.
선경= 마지막으로 이상헌 부원장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이 부원장은 연구중심병원 사업의 대표 주자인데요. 혁신이라고 하면 기술만의 혁신은 아닐 것입니다. 과정도 혁신에 있어서 중요한데 지능정보 기술 안에서 병원에서의 의사결정 모델이나 플랫폼도 가능할까요?
이상헌 고대안암병원 부원장(이하 이상헌)= 어려운 질문입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을 가지고 병원에서 어떤 것을 먼저 개발할 지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충분히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충분히 좋은 정보를 주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의사에게 있습니다.
선경= 오늘 포럼에 참석해주신 플로어에 계신 이동욱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한테 묻겠습니다. 지능정보 기술을 이용한 헬스케어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이동욱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보건산업정책국은 올해도 큰 일들을 많이 했는데 '바이오헬스 7대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서 주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지난 8월에는 국가전략회의에서 '정밀의료'를 9대 국가전략으로 발표했습니다.
오늘 포럼 주제가 헬스케어인데 의료계 쪽에선 연구, 임상 쪽에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활발하게 이미 논의되고 있고 진전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일조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해나가고 있으며 열심히 노력해서 산업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경= 리 CDO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빅데이터 만큼 중요한 게 'Better 데이터'라고 했는데요. 'Garbage(쓰레기) In, Garbage Out' 즉, 좋은 데이터가 들어가야 인공지능을 통해 빅데이터가 정확한 정보 준다고 했습니다. 혹시 비즈니스 모델 중 인공지능 쪽으로 관련된 게 있습니까?
리 CDO= 'Garbage In, Garbage Out(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이라는 명제를 정말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측성과 정확성은 결국 투입 데이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학계에서는 데이터 퀄리티(질)에 대해 절대 타협해선 안됩니다. 하지만 데이터 퀄리티 개선 논의는 그만큼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메디데이터에서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올바르지 않은 데이터가 임상시험에 존재하는 경우를 추출하고 있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데이터를 찾아서 빼내는 것이 예측 모델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선경= 리 CDO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리겠습니다. 어느 한 회사가 환자 데이터를 독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 CDO= 메디데이터는 사실 우리가 데이터를 독점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고객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수집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여러 형태의 데이터를 작업해 표준화하고, 여러 임상시험간, 회원사간 데이터가 동일한 포맷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합니다. 메디데이터가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수집한 여러 데이터를 산업계에 돌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경=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나노, 3D 프린팅, 제노믹스 등입니다. 오늘 포럼은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다뤘습니다.
과거에는 제조업 혁신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헬스케어가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또 이러한 혁신의 개념은 계속 확장 중에 있습니다. 내년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헬스케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조망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공은 분명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용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편 이날 패널 토론 전후로 진행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발전이 의사, 간호사, 한의사의 역할에 영향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역할이 다소 축소될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