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기술 혁신의 ‘촉진자’이면서 ‘억제자’입니다. 적합한 규제는 기술 혁신을 촉진합니다.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혁신적 제품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기획팀장(사진)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한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17’에서 ‘기술혁신과 헬스케어 규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팀장은 “바이오와 헬스 분야에서도 기업이 스스로 위험을 규제할 수 있게끔 사후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임상 시험이 활발하지만 한국은 많은 규제로 연구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미국은 이미 정밀의료 치료법을 만드는 등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규제 방안을 재정비 했고, 일본도 인공지능(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AI와 연계한 헬스케어 사업을 대비하고 있다”며 “바이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데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기술 혁신을 대비해 규제책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빅데이터 사용에 대한 규제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보호 이슈 때문에 헬스케어 분야에서 빅데이터 관련 규제가 심한데, 이는 우리가 정보기술(IT) 강국인 점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법적 효력이 없는 개인정보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에만 의존하지 말고 법적으로 규제를 완화시켜 적극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할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유전자 검사와 관련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전자 검사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활성화 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규제 때문에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 유전자 검사는 친자 확인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검사와 치료가 세계적인 경향인 만큼 우리도 전략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AI 시대를 대비한 첨단 의료 분야의 규제 공백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AI 왓슨이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지만 AI 발전 속도가 이미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고 있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의사의 역할을 대체할수 있고, 오진을 하거나 환자의 생명을 침해할 수도 있는데, 세밀한 대원칙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 공백을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민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