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의 확산은 오히려 케이(K)푸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윤명랑 풀무원식품 글로벌마케팅총괄본부장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푸드테크 앤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비만 치료제가 바꾼 식탁'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식욕과 포만감 등에 영향을 미친다. 치료제 사용자의 식습관이 달라지면서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변할 수 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품보다 적은 양으로도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고, 소화가 편하면서도 영양가가 높은 식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 윤 본부장은 "한국 식품은 (미국 시장에서) 이미 영양 밀도와 품질을 높인 식품"이라며 "GLP-1 시대에는 식품이 가격이 아니라 제품의 가치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식품업계가 비만 치료제 사용자의 식사 패턴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체중 감량 이후 체중을 유지하는 시기에 주목했다. 치료제 사용 과정에서 식사량과 식품 선택이 달라지는 만큼, 감량기뿐 아니라 유지기에 어떤 음식을 찾는지 파악해 일상식 제품 개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식품업계는 이미 대응에 나섰다. 윤 본부장은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자를 겨냥한 제품을 선보였다"며 다양한 사례를 공유했다.
윤 본부장은 국내에서도 두부와 낫토 등 식물성 단백질 식품과 영양소를 강화한 제품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2030세대의 두부 관련 온라인 언급량이 늘고 있고, 장 건강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낫토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란에 미량 영양소를 더하는 등 영양 밀도를 높인 제품도 사례로 제시했다.
비만 치료제 사용자의 식습관은 치료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용 초기에는 메스꺼움 등으로 식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고, 체중 감량 이후에는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에 따라 소화가 편한 식품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단백질 제품, 가벼운 식단을 구성하는 제품 등이 새로운 시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윤 본부장은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들은 비만율과 체중감량에 대한 관심에서도 차이가 크다.
비만율이 높은 미국에서는 GLP-1 확산에 따라 체중 관리와 영양 섭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식품의 영양과 품질 등 부가가치가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비만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체중 감량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일상식에서도 더 나은 영양을 추구하는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본부장은 "식품업계가 단순히 저칼로리 제품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단백질과 미량 영양소를 보강하거나 소화 부담을 줄이는 등 제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김명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