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선정, 세상을 바꾼 표준 1위는 ‘이동통신’
나사부터 용지, 컨테이너, PC, WWW 등 문명 발전사 보여줘
백열전구, 김치냉장고 등 한국인의 삶을 바꾼 표준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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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Making lives easier, safer and better)
국제표준화기구 (ISO)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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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정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공통의 언어다. 표준의 역사는 인류 문명 기술의 발전과 함께한다.
‘유아가 사용하는 장난감은 날카롭게 만들지 말자’는 아주 쉬운 약속부터, 지갑 속의 신용카드, 통신 시스템, 무게와 길이를 측정하는 도량형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표준이 있다.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표준으론 어떤 게 있을까. 또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표준은 무엇일까.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민에게 표준을 더 쉽게 알리자는 취지에서 국내 산업계·학계·연구원·언론계 전문가 104명의 의견을 모아 ‘글로벌 부문’과 ‘한국 부문’으로 각각 10대 표준을 선정했다.

◇ ‘이동통신’... 세상을 바꾼 표준 1위 선정
전문가가 꼽은 ‘세상을 바꾼 표준’ 1위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을 선정했다.
이동통신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빠르게 발전했고, 우리의 일상을 바꿨다. 2세대 무선통신을 통해 ‘개인 전화기’의 시대를 열었고, 3세대(3G)에서는 모바일 웹과 영상통화가 가능해졌다. 진정한 모바일 세대의 출발점이었다.
2010년대 등장한 LTE(4G)는 속도를 수십 배 끌어올리며 HD 영상 스트리밍과 고사양 모바일 게임의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5G 시대. 최대 20Gbps(초당 기가비트)의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대중화하면서 데스크톱과 랩톱을 넘어서는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의 시대가 됐다.

이 외에도 ▲바코드와 QR코드 ▲WWW(월드와이드웹) ▲와이파이&블루투스 ▲PC(개인용 컴퓨터) ▲USB ▲나사(볼트&너트) ▲컨테이너 규격 ▲디지털 이미지·영상 압축 기술 ▲용지 규격(A0·B0) 등(순위 무관)이 선정됐다.
바코드와 QR코드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시각적 데이터 코드’이다. 바코드는 1차원, QR코드는 2차원 구조로 돼 있다. 바코드는 굵기와 간격이 다른 세로줄로 정보를 표현하는 코드로, 레이저 스캐너로 읽어 상품 정보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QR코드는 가로와 세로로 확장한 격자 형태의 2차원 코드다. QR은 ‘Quick Response)의 줄임말이다. 숫자와 문자, URL 등 다양한 데이터를 QR코드에 담을 수 있다.
WWW 표준은 연구자와 전문가만 사용하던 웹을 전 세계가 연결되는 디지털 생태계로 진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HTML과 HTTP, URL이라는 세 가지 약속을 통해 홈페이지 언어와 접속 규칙, 주소 체계를 완성했고, 이 규칙에 따라 모두가 웹페이지를 만들고, 어디서든 열어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공개됐고, 정보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나사, 컨테이너, A4까지… 일상을 바꾼 표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는 무선 연결 표준으로, 케이블 없이도 기기 간 통신과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했다.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연결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PC는 정보화 시대의 출발점이자, 디지털 업무와 창작의 기반이 되었으며, 컴퓨팅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PC는 초기 개발사인 IBM이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메모리와 부품 슬롯 등 핵심 규칙을 모두 공개하면서 빠르게 대중화할 수 있었다. 이런 표준으로 호환성이 보장됐고, 부품 가격이 내려가 구매 부담도 줄었다.
USB는 범용 데이터 전송 및 전원 공급 표준으로, 다양한 기기 간 연결을 단순화하고, 플러그 앤 플레이 시대를 열었다. 제품 제조사가 달라도 같은 케이블을 쓰면서 호환성이 넓어졌다. 특히 최근의 USB-C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모니터, 충전기를 하나의 포트로 통합했다.
나사(볼트와 너트)는 기계 조립의 기본 단위로, 산업화와 제조 혁신의 기초를 이룬 표준이다.
컨테이너 규격은 국제 물류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확보해,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
디지털 이미지·영상 압축 기술은 JPEG, MPEG 등으로 대표되며,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저장과 전송을 혁신해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용지 규격(A0·B0 등)은 문서의 표준화와 인쇄 효율성을 높여, 전 세계에서 통일된 문서 관리와 행정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다.

◇ ‘백열전구’부터 ‘교통카드’… 눈길 끄는 한국의 표준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10대 표준도 눈길을 끈다.
첫 한국표준(KS) 1호 인증인 백열전구를 시작으로, 인터넷 강국 한국의 기반이 된 ‘한글 자판’, 한국의 선진국 진입 촉매제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와 메모리 반도체, 컬러TV가 있다.
코로나 시기 모든 국민이 필요로 했던 마스크 관련 표준은 일상을 바꿨고, 한국을 대표하는 가전 ‘김치 냉장고’ 표준은 주방의 광경을 바꿨다.
토큰과 승차권 문화를 바꾼 교통카드, 그리고 우리만의 면적 표기였던 평을 국제적 도량형 기준인 ㎡로 전환한 것도 한국인의 일상을 바꿨다.
한국인의 신체 치수를 표준화해 가구와 의류 규격을 정한 ‘사이즈 코리아’도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표준으로 선정됐다.
조선비즈는 세상을 바꾼 10대 표준과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10대 표준의 자세한 이야기를 매주 특집 기사로 게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