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에서 열린 포럼… 열기 ‘후끈’
세상을, 한국을 바꾼 10대 표준 발표
기업 경쟁 치열한 ‘사실상 표준’ 대응 방안도
글로벌 전문가 ‘피지컬 AI·휴머노이드 개발 동향’ 소개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표준협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가 주관, 조선비즈 후원으로 열린 ’2025년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가 12일 성료했다.
이번 행사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 전문가가 참여해 첨단산업 표준화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산·학·연·언 전문가 100여 명이 선정한 ‘세상을 바꾼 10대 표준’과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10대 표준’이 발표됐다.
세상을 바꾼 표준 1위로는 ‘이동통신’이 선정됐다. 고속 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디지털·모바일 혁명이 이뤄졌고, 이는 현대인의 삶을 바꾸는 특이점이 됐다.
이 외에도 ▲바코드와 QR코드 ▲WWW(월드와이드웹) ▲와이파이&블루투스 ▲PC(개인용 컴퓨터) ▲USB ▲나사(볼트&너트) ▲컨테이너 규격 ▲디지털 이미지·영상 압축 기술 ▲용지 규격(A0·B0) 등(순위 무관)이 세상을 바꾼 10대 표준으로 선정됐다.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표준으로는 한국표준(KS) 1호인 ‘백열전구’를 비롯해 ▲한글 자판 ▲CDMA ▲메모리 반도체 ▲컬러 TV ▲김치 냉장고 ▲마스크 ▲교통카드 ▲평→㎡ ▲사이즈 코리아 등이 뽑혔다.

이날 포럼 현장에선 국제표준 동향과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에 대한 대응 강화 방안도 함께 발표됐다.
한국표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첨단산업 표준화 전략 수립 이후 우리나라의 첨단산업 국제 표준 제안 건수가 연평균 20건에서 4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까지 달성하려던 국제표준화기구 한국인 임원 300명 수임 목표도 조기 달성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국표원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실상 표준 대응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첨단산업의 속도를 높이는 표준화 포럼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과 AI 융합 제품 등 첨단산업 분야의 국제표준 개발 현황과 함께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에 대한 대응 강화 방안도 함께 공유됐다. ‘사실상 표준’은 국제기구의 공인을 받진 않았지만 기업들이 단체를 결성해 기준을 만들어 통용하는 것을 말한다. 박종섭 국표원 표준정책과장은 “기술과 제품이 빠르게 변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사실상 표준 선점 여부가 시장 지배력 확보의 성패 요인이 됐다”라면서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EU 등은 사실상 표준을 선점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표원은 AI, 반도체, 로봇 등 중점 표준화가 필요한 산업별로 운영되고 있는 ‘국제표준 대응 포럼’과 ‘제조 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표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산업별 국제표준 개발 활동을 촉진하며 대응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 AI 전문가의 강연도 이어졌다.
데이비드 그린 아마존웹서비스(AWS) 아시아태평양·일본 기술총괄은 “AI 로봇이 물류센터에서 100만대 이상 운용되며 생산성이 20배 향상됐다”며 “AI가 이제 산업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써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 총괄은 AI 로봇의 활용성을 극대화하려면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프라 구축에 수년을 소비하지 않고 (AI 로봇 도입) 첫날부터 완성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원격·오프라인과 사이 연결이 끊길 수 있는 ‘엣지 위치’에 있는 시설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AI 로봇용 운용 체제(OS)를 개발하는 오픈마인드의 얀 리프하르트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의 물결이 다가오면서 표준화에 대한 거대한 기회가 생겼다”라면서 “현재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갖춘 기계들이 서로 소통하는 데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충전, 결제 등 다양한 정보 교환 방식에서의 표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프하르트 CEO는 로봇 도입으로 인한 고용 악화 등의 우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점을 부각했다. 그는 “로봇은 단순히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전혀 새롭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 공학자인 한재권 한양대 교수와 민상윤 솔루션링크 대표는 각각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화 전망, 피지컬 AI 국제 표준화 동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재권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후방 산업이 많이 포진된 우리나라에 정말 유리하다”면서 “제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산업 데이터를 신속하게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민상윤 대표는 “피지컬 AI는 지구상의 공급망 전체를 바꿔버릴 수 있다”면서 “현재는 ‘표준’으로 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그는 표준의 부재로 기술 발전이 더뎌지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피지컬 AI가 개발되더라도, 관련 표준이 없어 폭발적인 상업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표준의 부재가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김대자 국표원장은 “빠른 세상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규칙은 누가 번성하고 누가 뒤처지는지를 결정하게 되며, 그 새로운 규칙(뉴노멀)의 핵심에는 항상 표준이 있다”면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AI 융합 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표준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임채민 표준포럼 공동의장은 “첨단 분야에선 표준이 먼저 진행되고 기술이 뒤따르는 상황이 종종 벌어질 수 있다”면서 “표준에 대한 전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표원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AI 표준 서밋’이 열린다. 글로벌 표준 전문가가 참여해 AI 표준의 역할과 방향을 논의하고, ‘서울 선언(Seoul Statement)’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