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식은 포용력이 있다.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먹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음식이다. 밥 한 그릇에 반찬 다섯 개만 있어도 31가지 맛을 낼 수 있다. 반찬 문화의 포용성과 풍성함이 한식이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요리하는 배우’ 류수영은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푸드테크앤트렌드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선비즈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식품 대기업과 스타트업,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글로벌 식품 트렌드와 기술 혁신 방향성을 공유했다.
류 배우는 ‘어남선생’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한식을 연구하고 전파하고 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 등에 출연해 뛰어난 요리 실력을 발휘한 데 이어 최근에는 79가지 요리법을 담은 요리책 ‘평생 레시피’를 출간했다. 이 책은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로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그가 최근 5년간 개발한 레시피는 300개가 넘는다. 대부분은 1만원 이하의 재료로 쉽고 부담 없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집밥 요리법이다.
류 배우는 “책에 대한 관심을 보며 사람들이 원하는 건 대단한 레시피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집밥이라는 걸 알았다”면서 “집밥이란 화려하거나 강렬하지 않고 편안한 음식이자 내 어머니가 만든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정서를 담은 음식”이라고 말했다.
류 배우는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스리랑카, 페루 등 13여 개 국가를 찾아 현지의 식재료를 활용해 세계인에게 한국의 집밥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국 음식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초청받아 강단에 올랐다.
류 배우는 “홀푸드나 트레이더조 등 미국 현지 마트 매대를 보면 한국 식자재의 위상이 크게 올랐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면서 “포장지엔 ‘코리안 칠리 페이스트’가 아닌 ‘고추장’이라 쓰였고, 고추장 관련 마트 자체 브랜드(PB)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름이 지켜진다는 건 그 자체로 맛있고 ‘힙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곧 한국의 위상”이라며 “마케팅이 되기 위해 현지화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길게 보면 우리의 이름이 잘 지켜지는 게 훨씬 매력 있다. 이것이 한식의 과제”라고 짚었다.
류 배우는 한식이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 국가에서도 한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페루에서 알파카로 갈비찜을, 기니피그로 찜닭 요리를 했다. 또 브루나이에선 염소로 감자탕을, 민물 가재인 크레이피시로 칼국수를 만들었다.
그는 “주민 200명이 사는 바누아투 모터 섬에서 양념치킨을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매운 양념이 묻은 손가락을 쪽쪽 빨아먹는 걸 보며 한국 음식이 세계에서 통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둘러앉아 먹는 밥 한 끼면 친구가 될 수 있다. 요리 본질은 그것이 담은 정서와 온기”라고 강조했다.
세계 음식 문화 격전지라 불리는 뉴욕 맨해튼에는 50개가 넘는 미슐랭 스타 식당이 있다. 이중 한식 식당이 10개가 넘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에는 임정식 셰프의 ‘정식당’이 미국에 있는 한식당 중 처음으로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고 했다.
류 배우는 “한식이 전에 없는 부흥을 맞이하고 있다. 케이(K)팝과 K드라마가 호기심을 부르고, 그 호기심이 K푸드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문화의 힘이나 맛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 안에 영혼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영혼이 집밥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