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4년간 공들여 두부면 선보여
샘표, 현미·완두 단백으로 소면 개발
풀무원, 볶은 메밀로 두유면 식감 개선
에쓰푸드, 닭가슴살로 만든 대체면 선보여
‘밀가루 면의 쫄깃한 식감은 유지하면서 대체면 특유의 냄새는 없애야 한다.’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열린 ’2025 푸드테크 앤 트렌드 컨퍼런스' 패널 토론에 참석한 대상(20,550원 ▼ 400 -1.91%)·샘표(48,650원 ▼ 850 -1.72%)·풀무원(12,790원 ▼ 270 -2.07%)·에쓰푸드 등 대체면을 만드는 식품사들의 공통된 화두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이유로 밀가루 섭취를 줄이고 있지만, 면이 주는 쫄깃한 식감만큼은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역설을 식품사 4곳은 푸드테크로 풀어가고 있다.
이날 대체면 패널 토론 좌장으로 나선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사람이 면을 끊기 어려운 건 입술과 입안을 훑고 지나가는 면의 촉감과 식감이 주는 쾌감 때문”이라며 “칼로리나 글루텐 등으로 몸에 부담이 되더라도 면의 촉감과 식감은 포기할 수 없게 되는 이유”라고 했다. 문 교수는 “푸드테크가 접목된 여러 식품 분야에서 대체면이 우리 식탁에 가장 빠르게 자리 잡게 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 밀가루 대신 콩·완두·현미·닭가슴살로 만든 대체면
푸드테크 기업들은 다양한 대체면 제품을 소개했다. 대상은 두부 제조 기술을 확장해 ‘청정원 콩담백면’을 개발했다. 곤약·해초면 식감에서 오는 이질감과 냄새를 개선하고 잡는 데만 4년이 걸렸다. 콩담백면은 150g기준 100㎉ 미만으로, 일반 밀가루면 대비 열량이 최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변명희 대상 기술원 식품연구소 H2 PO는 “(밀가루 면과 같은)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구현되자 다이어터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층까지 확장됐다”고 했다. 특히 콩담백면은 전체 판매 품목 중 60% 이상이 소스가 없는 단품으로 팔리고 있다. 변 PO는 “유튜버들이나 임신성 당뇨 환자 등 소비자들이 스스로 입맛에 맞춰 조리법을 공유하면서 단품 구매율이 높아졌다”며 “연평균 100% 이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샘표는 현미·쌀가루를 기반으로 한 ‘현미소면’과 완두 단백을 넣은 ‘고단백 소면’을 선보였다. 샘표는 지난 2012년 쌀 소면을 출시한 이래 쌀을 소재로 한 대체면 시장에서 1위를 지켜왔다. 코로나19 시기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요가 많아지자, 샘표는 단백질 소면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서동순 샘표식품 마케팅본부장은 “단백질 분말·음료 시장처럼 일상에서 단백질·영양을 채우려는 니즈(요구)가 커졌다”며 “특히 콩 특유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한 결과 완두단백이 냄새가 적고 탄력이 있어 밀가루와의 조화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냄새와 면의 질감이 걸림돌이었지만 거듭된 개선으로 운동하는 2030세대와 육아를 하는 부모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층이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풀무원은 두유면 특유의 지나친 부드러움을 보완하고자 볶은 메밀을 섞은 ‘두유·메밀면’을 개발했다. 풀무원은 이미 2020년 두부면을 내놓으면서 대체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두유면으로 두부면과 다른 식감의 면을 개발했지만, ‘면 같지 않은’ 식감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에 나섰다.
박종희 풀무원식품 지구식단 BM은 “메밀의 거친 질감이 냉면류와 잘 어울리고, 풀무원 낫또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같이 구매하는 등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푸드는 닭가슴살을 가공해 만든 ‘꼬단면(꼬꼬 단백질 면)’을 선보였다. 그간 에쓰푸드는 햄·소시지 등 육가공품에 주력해 왔지만, 단백질 중심 푸드테크라는 관점에서 대체면 연구에 돌입했다.
김경대 에쓰푸드 식품 혁신 본부 육가공 연구개발(R&D) 실장은 “대체식이 꼭 식물성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닭가슴살의 고단백 이미지를 살리면서 새로운 식감의 대체면 카테고리를 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꼬단면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 저칼로리에서 고단백으로… 신제품 개발도 한창
토론 후반에는 문 교수가 던진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다. 대상은 단백질 함량을 늘렸을 때 발생하는 퍽퍽함과 특유의 단맛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변 PO는 “고단백의 신제품을 내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해외 수출 시장을 겨냥해 글루텐 프리 기준과 소비기한 연장 기술을 병행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샘표는 현미 등 몸에 좋은 잡곡류 기반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서 본부장은 “퀴노아·병아리콩·귀리·메밀 등 건강에 좋은 곡류들이 많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기술적 기반은 다져놨다. 다양한 잡곡 기반의 신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소면 다음으로 잘 팔리는 우동 형태의 대체면도 출시하기 위해 면 탄성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풀무원은 대체면 제품군 중 오트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반영할 계획이다. 박 BM은 “오트면도 탄수화물 함량은 낮추고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출시한 제품”이라면서도 “다만 단백질 함량이 너무 높다 보니까 배가 빨리 부른다는 소비자 반응도 있어 함량을 낮춘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에쓰푸드는 편의점용 꼬단면 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김 실장은 “편의점용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상용화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닭가슴살로 만든 면이라 불지 않는다는 장점을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대체면 식품사 4곳의 제품을 토론자는 물론 참관객이 함께 시식하고 평가하는 시간도 가졌다. 문 교수는 “기술로 식탁이 변하는 시대다. 활발한 대체면 출시는 푸드테크를 활용한 식문화 혁신이 시작됐다는 시그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