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지주(56,800원 ▼ 200 -0.35%) 자산관리 자문단장은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달러 강세로 몰리고 있는데, 반대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이날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4 글로벌경제·투자포럼’의 강연자로 나서 “트럼프가 곧 달러 강세라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같은 시각 개표가 진행 중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기대감이 커지자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오 단장은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환율을 돌이켜 보면 시장 인식과 달리 강(強)달러 일변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오 단장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방법에 달러 약세, 높은 관세, 무역협상 등 3가지가 있다“며 ”트럼프 1기 때 이를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105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추구했던 것은 달러의 가치보다 미국이 겪고 있는 무역적자를 어떻게 해소할지였다”며 “편견만 가지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오 단장은 투자자가 여러 경로로 정보를 접하는 과정에서 당연한 ‘상식’으로 판단해 쏠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효과를 제외하고 볼 때 교과서대로 라면 미국 금리 인하에 따라 달러로 주는 이자가 줄어드는 만큼 달러 약세로 가야지만, 그렇지 않았다”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오히려 상승했다. 오 단장은 그 배경을 ‘미국 예외주의’로 설명했다. 미 주식시장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자,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가 급증했다. 최근 3년 사이 미국 주식 보유 규모가 900억달러(약 125조원)가량 늘었다. 그만큼 한국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으로 국내 기업도 현지 생산설비를 확대하게 됐다. 기업도 미국으로 자산을 옮겨가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중국 경기가 악화하면서 한국의 대(對)미국 의존도는 더 커졌다.
오 단장은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만큼 빠르게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금리를 인하할 때 금융 안정 측면도 살펴야 한다”며 “실물 경제는 3%대 금리를 견디기 어려워하지만,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을 보면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 단장은 “한국은행 입장에서 금리 인하는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시장이 원하는 것보다 최대한 적게, 최대한 천천히 금리 인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오 단장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2025년 각각 2.75%, 3.75%까지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은 기준금리 격차가 기존 2%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변동환율제에서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만큼 원·달러 환율을 살짝 눌러주게 될 것”이라면서도 “금리나 환율 모두 하방 기대해도 미국 예외주의 등을 생각해 볼 때 변동성이 꽤 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