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2023 THE ESG 포럼’
글로벌 컨설팅사 PwC컨설팅의 차경민 파트너는 5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3 THE ESG 포럼’에서 현재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데이터 관리와 공시에서 많은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리 체계에서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차 파트너는 기업이 관리해야 할 ESG 정보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고 과거 공시 데이터를 추적해 오류를 찾아내고 명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파트너는 이날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ESG 공시 의무화 대응 방안 - ESG 공시 인프라 구축’을 주제로 개최한 ‘2023 THE ESG 포럼’에서 ‘ESG 데이터 관리 및 내부통제 구축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차 파트너는 기업이 내부적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만들어 ESG 데이터 관리 주체와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차 파트너는 현재 많은 기업에서 ESG 관리가 소홀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컨설팅을 해보면, ESG 관련 공시 자체,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오류가 많이 발견된다”면서 “지난해와 올해 공시에 쓰인 ESG 데이터 종류와 수집 기준이 다르고, 원천증빙 자료와 공시가 직원의 단순 실수로 오기재된 경우 등도 많다”고 했다.
차 파트너는 현재 기업의 ESG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데이터 정합성이 낮은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데이터가 대부분 수작업으로 관리되고 ▲데이터 산출 기준이 정비되지 않아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외부 인증 기관이 존재함에도 공시와 인증 모두 기업 자율로 이뤄져 외부 인증의 엄격함이 덜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관리 업무의 책임성 부재도 문제로 꼽힌다. 그는 “데이터 관리 오너십(주인 의식·관리 주체)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너십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년 담당자가 바뀌는 등 관리 체계의 허점이 많다”고 했다.
차 파트너는 ESG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 지표를 마련하고, 이 지표에 맞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그는 “지금까지 기업은 ESG 데이터를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으로 공시했지만, 최근 유럽연합(EU)에서 개별 기준을 제정하면서 유럽으로 수출하거나 유럽에 법인을 둔 기업의 경우 유럽 기준에 맞춰야 한다”면서 “글로벌 고객사가 요구하는 ESG 지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별 국내 기업이 관리해야 할 ESG 정보의 범위를 검토하는 것부터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과거 공시한 데이터가 정확하게 수집·공시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 파트너는 “기업이 이미 공시한 데이터를 보면 많은 오류가 쉽게 발견된다”면서 “기존 공시 데이터를 원천증빙 수준까지 추적해서, 어떤 데이터를 그동안 하던 대로 수집할지, 어떤 데이터의 산출 방법을 어떻게 수정할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SG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데이터 관리 거버넌스 재정비 ▲규제와 정책 마련 ▲데이터 관리·수집·공시의 시스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ESG 데이터의 산출·관리·모니터링 주체(내부 조직)를 만들고, 이를 이사회나 감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직 내에서 데이터 관리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적절한 검토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팀장이나 부문장 등에게 충분한 의사결정권과 통제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이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현재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ERP 등 내부망(레가시 시스템) 자체에서 ESG 데이터 관리가 가능하도록 내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에서 지금 기업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가공하고 공시에 쓰일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를 생산하는 개별 조직에 데이터 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을 통해 개별 조직이 장기적으로 원천 데이터를 관리하고, 상부 조직은 이를 적절하게 승인하고 피드백하는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