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기업 공시 의무화는 세계적인 추세”
“상장 대기업 가장 먼저 의무 공시 대상 될 것”
한국회계기준원이 이달 중으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 국문 번역본을 발표할 예정이다. ISSB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관련한 기업의 공시 기준을 정하는 국제 위원회로, 올해 6월 ESG 국제 공시 기준(IFRS S1·S2)을 발표했다. 이 기준서의 한국어 번역본이 없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던 차에 한국회계기준원이 나선 것이다.
이유진 한국회계기준원 선임 연구위원은 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3 THE ESG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12월 중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심의를 거쳐서 ISSB 기준 국문 번역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 9월 ISSB 기준 번역본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이해관계자와 KSSB의 의견을 수렴해 더욱 정밀한 최종 번역본을 이달 중 발표하겠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ISSB의 ESG 국제 공시 기준에서 기업이 주목해야 할 부분을 짚었다. 그는 “S1은 일반 요구사항이고 S2는 기후 관련 공시”라며 “S1과 S2 모두 결론 도출 근거와 부속 지침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 도출 근거의 주된 내용은 기준서의 각 요구사항이 어떻게 개발됐는지 여부다. 부속 지침엔 기업의 공시 예시 사례 등이 담긴다.
S1은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 정보 공시에 대한 일반 요구 사항으로, 포괄적인 공시 기준선을 제시한 게 특징이다. 목적, 적용 범위, 개념적 기반, 핵심 요소, 일반 요구 사항, 판단 불확실성 및 오류, 부록으로 구성된다. 이 연구위원은 여기서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목적에 따라 기준서가 개발됐고, (공시를) 작성하는 이도 목적을 고려하면서 어떤 사항을 공시할지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ISSB는 기업의 공시 부담을 고려해 ‘비례성 규정’을 제정했다. 비례성 규정이란 과도한 원가나 노력 없이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해 공시하도록 한 제도다. 이 연구위원은 “ISSB는 과도한 원가와 노력에 관한 기준을 정확히 규정하지 않았다”며 “기업이 공시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관계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2는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해 투자자가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기업이 공시하라고 요구한 기준이다. S2는 목적, 적용 범위, 핵심 요소, 부록으로 구성된다. S1과 비슷한 구조다. 이 연구위원은 “ISSB 기준을 적용하는 첫해엔 기후에 대한 주제만 중점적으로 공시하는 게 허용된다”며 “S2는 이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S2에선 핵심 요소 내에 담긴 ‘전략’과 ‘지표 및 목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략은 기업이 기후 관련 위험·기회를 설명하고 기후 회복력 평가 결과를 시나리오 분석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시나리오 분석은 어려운 데다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어서 비례성 규정이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표 및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량, 전환 위험, 물리적 위험, 기후 관련 기회, 자본 배치, 내부 탄소 가격, 보상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 연구위원은 “ISSB는 온실가스 관련 정보가 시장에서 이미 성숙한 상태라고 판단해 관련 요구 사항을 상세하게 규정했다”며 “그 외 나머지는 시장이 성숙해 가면서 공시도 구체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S1과 S2는 내년 1월 1일부터 유효하다”며 “내년 정보를 2025년부터 공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이에 대비해 한국회계기준원 내 KSSB가 대응하고 있다. KSSB는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장을 위원장으로 시장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 연구위원은 “단계적 기업 공시 의무화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상장 대기업이 가장 먼저 의무 공시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규제에 적응하고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며 “회계기준원에 적극 의견을 주신다면 국내 상황을 고려한 기준서를 발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