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두 종류의 EV가 있습니다. 하나는 전기차(Electric Vehicle), 다른 하나는 약물전달체인 엑소좀(Extracellular Vesicles)이죠. 기존에 쓰던 약물전달체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엑소좀 기술이 상용화되면 세상이 바뀔 거라 믿습니다.”
배신규 엠디뮨 대표는 1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엑소좀의 미래에 대해 소개했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입자로 크기가 수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이를 정도로 매우 작다. 과학자들은 엑소좀이 처음 발견되자 단순히 세포가 분비하는 부산물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각종 연구를 통해 한 세포가 다른 세포로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유전물질을 엑소좀에 실어 보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엑소좀을 약물전달체로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적 시도가 꾸준히 늘어났다. 배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200개 정도의 엑소좀 기업이 있다. 엠디뮨도 배 대표가 포스텍이 개발한 엑소좀 기술 특허를 사들이면서 2015년 설립한 회사다.
엑소좀은 기존에 있던 약물전달체보다 다방면에서 성능이 뛰어나다. 배 대표는 “약물전달체 성능 평가 기준에는 얼마나 인체 친화적인지, 몸속에서 약물이 타깃하는 항원을 얼마나 정확히 찾는지, 약물을 잘 탑재할 수 있는지 등이 있다”며 “이런 점에서 엑소좀은 리포좀,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기존 전달체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약물전달체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배 대표는 “화학합성 방식으로 만드는 전달체는 싼 값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며 “반면 엑소좀은 세포에서 나오는 물질을 쓰다보니 생산 단가가 높고 대량생산이 어렵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mRNA(메신저리보핵산)백신처럼 전 세계적인 수요에 맞춰 대량 생산이 필요한 제품에 엑소좀 기술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엠디뮨은 일반 세포로부터 다수의 나노입자를 뽑아내 약물전달체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구멍의 크기가 서로 다른 막에 세포를 통과시키는 압출 방식으로 엑소좀 만큼 작은 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한다. 배 대표는 “이 기술을 쓰면 엑소좀을 자연생산하는 방식보다 생산성이 10배 이상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인 코디악이 엑소좀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다. 코디악이 엑소좀을 활용해 만든 항암제는 세계 최초로 임상 단계에 진입한 엑소좀 신약이다. 현재 임상 1상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