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는 중첩에 의한 병렬처리 덕분에 고전 컴퓨터보다 속도가 유의미하게 빠르다. 안보, 금융거래,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전 영역의 보안에서 양자컴퓨터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이순칠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사이버보안콘퍼런스’에서 “양자정보기술이 미래 보안을 바꿀 것이다”라며 “양자통신은 이미 상용화됐으며 양자컴퓨터도 10~20년 후 상용화돼 여러 영역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날 양자물리의 기본 원리를 소개하며 “양자 세상에서는 물체가 중첩된다”라는 원리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세상 모든 것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며, 특히 파동이 가진 반사·굴절·에돌이·간섭 등의 성질은 모두 ‘중첩이라는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각각의 소리 도·미·솔이 한꺼번에 하나의 화음을 만들며 중첩되듯이, 양자 세계에선 왼쪽과 오른쪽으로 돌고 있는 두 상태가 중첩된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양자물리의 원리가 양자암호통신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두 사람이 비밀리에 통신할 때 누군가 도청을 하게 되면 자신이 도청당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는 구조였다”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청자가 신호를 가로채 갔다가 읽고 되돌리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양자암호통신이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고전 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비교하며 “병렬 처리를 잘하는 양자컴퓨터가 더 빠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자 병렬처리의 경우 물리적 조작이 각 상태에 동시에 가해지기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나눠서 처리할 수 있다”라고 했다. 또 “병렬처리가 효율적인 양자 알고리즘은 검색 알고리즘, 소인수분해 알고리즘 등에 활용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암호를 많이 쓰는 국방·안보 분야, 비밀열쇠암호를 활용하는 금융거래 분야, 공개열쇠암호를 쓰는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양자컴퓨터가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라며 “4차산업혁명의 특징이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인데, 양자컴퓨터가 초지능성에서 ‘퀀텀 점프’를 이뤄낼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SK텔레콤이 양자암호 기업 IDQ를 인수했고, 스마트폰에도 난수발생기가 탑재되는 등 양자정보기술이 보안 관련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IBM, 구글 등 종합서비스를 하는 하드웨어 회사뿐 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까지 다양한 회사가 양자컴퓨터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비트 수 증가에 따라 필요한 게이트연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 그리고 나노기술의 한계로 인해 개발이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 등 어려움도 있다”라며 “그러나 이론적으로 양자컴퓨터에 있어서 불가능한 요소는 존재하지 않으며, 양자통신은 이미 상용화됐으며 양자컴퓨터 역시 10~20년 후 상용화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