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중심 ESG 공시 의무화 속도
“국내 공시·인증·평가 시스템 점검할 때”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 ESG 평가 및 인증 제도 관련 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ESG 공시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콘트롤타워를 중심으로 국내외 규제를 조화롭게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2 THE ESG 포럼’에서 “ESG에 대한 기업과 정부, 투자자,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자발적 공시였던 ESG 공시가 점차 의무화되는 추세”라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ESG 공시 환경은 미국과 유럽에서 급변하고 있다. 올해 초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속가능성 공시 초안이 될 IFRS S1(일반공시)과 IFRS S2(기후관련공시) 초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에선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기준이 되는 ESRS(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을 제시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기후 변화에 초점을 맞춰 관련 공시 지침을 공개했다. 미국 또는 외국 국적의 SEC 등록기업이 기후 관련 리스크에 대한 정량적 지표뿐만 아니라 정성적 정보를 공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목표로 제시됐다.
이 교수는 “다양해지는 글로벌 규제 영향에 대비해 국내 공시 규제를 글로벌 기준과 부합하도록 조율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 중 미국 상장기업, EU 역내 대규모 자회사를 둔 대기업 등은 글로벌 규제를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ESG 공시의 콘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라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국내 각 부처에서 ESG 가이드라인, 규제, 법규들이 산발적으로 제정되는 가운데, 글로벌 규제를 적절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준을 통일해줄 총괄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서는 통상 금융 규제기관이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ESG 인증에 있어서도 해외서는 관련 법률 및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국내서는 유의미한 진전이 없는 상태라는 평가다. ESG 인증은 기업이 제공하는 ESG 정보의 일관성, 신뢰성, 비교가능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회계법인 등 제3자를 통한 인증을 거치는 작업이다.
이 교수는 “ESG 정보의 그린워싱 문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증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ESG 공시와 마찬가지로 미국, EU의 규제 체계가 바뀔 경우 ESG 인증 의무화도 전 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증 의무화 관련 내용은 공시 규제와 같은 법률 체계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본시장법 등에 ESG 인증 관련 기본 원칙을 마련하고, 상세지침을 한국거래소 규정 아래 두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ESG 공시와 인증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ESG 평가제도나 평가회사를 직접 다루거나, 이를 규율 대상으로 하는 법 규제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다양하고, 복잡한 비재무적 정보 성격을 띠고 있는 ESG 정보에 일종의 평가 등급을 매겨 균일화된 데이터로 전달하자는 것이 ESG 평가의 핵심이다.
이 교수는 “ESG 관련 법령 제정에 앞서있는 EU의 경우에도 ESG 평가 자체에 대해 규율하는 법규는 없는 상태”며 “신용평가와 달리 ESG 평가는 평가등급에 대한 신뢰 문제, 평가 기준 및 절차의 불투명성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평가회사의 평가 역량 등에 대한 비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투자자 보호나 이해상충 방지 관점에서 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기 때문에 머지않아 ESG 평가와 관련한 규제도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직접 규제는 어려워도 정부 가이드라인 형태로 일정 요건을 규정하는 간접 규제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