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규제안 반영하기 위한 통일 총괄 조직 필요”
미국·유럽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에 대한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기업의 ESG 공시 현주소를 가늠하고 바람직한 도입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선비즈가 주최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후원한 ‘2022 THE ESG 포럼’이 1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됐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은 ‘다가온 ESG 기업공시 의무화, 준비 키 포인트(Keypoint)’라는 주제로 열렸다.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를 준비하기 위한 점검 사항을 짚어보는 자리다.
이날 연사로 나선 전문가들은 ESG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흐름이라는 데 입을 모으는 한편, ESG의 안정적인 도입과 정착을 위해 개선 및 지원방안에 대한 각기 다른 전략을 제언했다.
김종호 조선비즈 편집국장의 개회사로 문을 연 이날 행사에는 김영식 공인회계사회 회장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자리했다. 김 회장은 환영사에서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 회계업계,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공동 대응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축사에서 “ESG 공시 제도가 의무화를 앞두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이번 포럼에서 좋은 방안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럼 첫 연사로는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나섰다. 이 교수는 ESG 공시의 콘트롤타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각 부처에서 ESG 가이드라인, 규제, 법규들이 산발적으로 제정되는 가운데, 글로벌 규제를 적절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준을 통일해줄 총괄 조직이 필요하다”며 “해외서는 통상 금융 규제기관이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정준희 대구대학교 경영학부 회계학과 부교수(한국회계학회 ESG위원장)는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기준(IFRS S1·S2) 반영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정 교수는 “회계가 기업경영에 필수 요소로서 기능해온 것처럼 IFRS ‘일반 공시 기준(S1)’, ‘기후 관련 공시 기준(S2)’과 같은 지속가능성 공시도 향후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IFRS S1·S2를 통해 자본비용을 낮추고 기업의 가치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 참여한 금융당국과 회계업계, 학계 전문가들은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둔 기업의 전략 ▲ESG 공시 환경과 제도 개선 방안 ▲해외 ESG 공시 동향에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토론에는 서정우 국민대 경영대학 경영학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박재흠 EY한영 ESG서비스 총괄리더,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실장,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고은해 서스틴베스트 리서치본부장,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경영지원센터장, 김영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 공정시장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박재흠 EY한영 ESG서비스 총괄리더(전무)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들어온 만큼, ESG는 기업에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각 기업에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이름으로 흩어져 있는 정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눌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실장은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ESG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되기 전 기업들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ESG 공시를 규제 차원이 아닌, 정책적 지원·협력의 차원에서 고려해 ESG 공시를 잘하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경영지원센터장은 “글로벌 기업들도 중복 공시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ISSB와 유럽연합(EU)도 여러 보고서의 상호 운용 가능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면서 “향후 ISSB 기준에 따른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면, 중복 공시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국내법 제·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시스템을 정비해 ESG 공시를 관리할 콘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기업들은 기업 경영 관련 정보를 기획재정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등에 각각 다른 자료들을 제출하게 되어있는데, 여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이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해 서스틴베스트 리서치본부장은 기업 내부에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ESG 정보 취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 기업 안에서도 ESG 관련 정보들이 CSR부서, 재무부서 등에 흩어져 있는데, ESG 이슈가 부상하며 여러 기관에서 기업에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 많아져 기업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김영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 공정시장과 사무관은 “ISSB에서 준비 중인 ESG 공시 기준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ISSB의 기준을 다소 완화하거나, 기업들에게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하는 등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당국은 이를 반영해 세계 각 주요국들이 참여하는 ISSB 논의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