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 개최
던컨 와들 전 디즈니 사장 “유통업은 경험산업... 몰입도 높여야”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커피 대신 경험 팔아 고객을 팬으로”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 “인간적인 관계가 충성도의 핵심”
김난도 교수 “페르소나 공간이 더현대서울 성공 이끌어”
모종린 교수 “핫한 로컬 브랜드 10개면 ‘여행하고 싶은 동네’ 돼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3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10회 유통산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팬덤이 주도하는 新소비혁명’을 주제로 유통의 미래를 진단했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800여 명의 유통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이번 포럼의 주제는 서울시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며 “서울시는 현재 매력 자본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 팬덤은 결국 도시의 매력과 선명한 정체성을 확보함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을 대신해 참석한 이철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총괄보좌역은 축사를 통해 “가격과 품질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라며 “똑똑한 소비자는 제품에 담긴 가치를 중시한다. 의미 부여를 통해 팬덤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유통 산업의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규제”라고 지적하며 “제도적 보완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팬덤 문화가 없었다면 BTS나 블랙핑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통업은 소비자와 가까이 있는 산업으로 시장 변화가 큰 만큼 피드백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영상 축사를 통해 “열정적인 소비 행태가 이끄는 시장 상황은 고객과 단순 소비자가 아닌 팬으로 관계 설정을 하는 것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고 있다”고 했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영상 축사에서 “소비자를 기업의 팬으로 만들기 위한 해답은 공정과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학영 국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장,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상을 통해 축사를 전했다. 행사장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을 맡고 있는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과 인수위 국민통합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을 맡고 있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디즈니·스타벅스의 성공 뒤엔 ‘팬덤’ 있었다
강연자들은 “경험 경제의 시대엔 팬덤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던컨 와들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혁신 및 창의성 부문 총괄 사장은 기조강연에서 “유통산업은 소매업이 아닌 경험산업”이라며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소매업계에 일생일대의 기회가 오고 있다. 이전엔 할 수 없었던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디즈니가 창의와 혁신을 실현한 방안도 소개했다. 그는 “픽사의 경우 ‘계획되지 않은 협업’을 철학으로 내세운다”라며 “연구개발(R&D) 팀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분기별 성과가 아닌 창의성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안 된다’는 말 대신 ‘네’라는 말을 쓴다면 아이디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 데이비드 호섭 스타벅스커피코리아(SCK컴퍼니) 대표는 고객을 팬으로 만든 스타벅스의 성장 비결을 소개했다. 송 대표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영감을 주는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자’는 스타벅스의 미션을 따른 게 충성 고객을 만든 비결”이라며 “‘버디’라 불리는 충성고객이 841만 명이며, 이들 중 34%는 일주일에 한 번씩 스타벅스를 찾는다”고 했다.
세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은 팬덤 구축의 충분조건으로 ‘고객과의 인간적인 관계 형성’을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베스트셀러 ‘팬덤경제학(Fanocracy)’을 쓴 스콧은 “고객과 인간적인 관계를 쌓는다면, 그 고객은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갖고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팬덤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친절함, 충성도, 열정이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핵심 전략”이라고 짚었다.
◇비대면 쇼핑 시대, 지루한 오프라인 대신 오감 만족시켜야
온라인 쇼핑의 부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몰락했던 오프라인 공간의 새로운 성공 전략을 모색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 이어 최근 ‘더현대서울 인사이트’를 쓴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사람들의 열망하는 공간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더현대서울의 승리는 ‘페르소나(정체성)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타깃 고객층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와 서울러(서울 사람)로 명확히 해 방문객들에게 ‘이곳은 나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공간’이라고 느끼게끔 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알려진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로컬 브랜드의 성공 전략을 짚었다. 모 교수는 “동네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로컬 브랜드 10개만 만들면 상권이 탄탄해지고, 외부에서 여행 가고 싶은 동네가 된다”며 “전국 3500개 읍·면·동을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에 어울리는 산업 정책”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팬덤을 유치하기 위한 공간의 기술’을 주제로 한 토론도 진행됐다. 패널로 나선 이창승 신세계프라퍼티 스타필드 운영 담당은 “고객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는 “오감으로 감동을 제공하고 고객의 시간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윤 현대백화점 디자인랩장은 “지루한 오프라인은 몰락한다”며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어떤 공간으로 포지셔닝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애 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실장은 “과거 유통 공간이 물건을 판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화두”라며 “문화·예술 콘텐츠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성공 커머스 핵심은 ‘팬덤’... 보통 사람도 팬덤 만들 수 있어
‘팬덤이 힘이다: 성공 커머스를 위한 고객과 관계 맺기’를 주제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에게 인기 있는 유명 인사들이 출연해 팬덤 확보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이사는 “라이브 커머스는 팬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 중심의 커머스로 진화할 것”이라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팬덤’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장윤석 티몬 대표는 “팬덤으로 출발한 기업은 모두 성공했다”면서 “브랜드가 팬덤을 어떻게 구축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성공의 전략이 되고 있다”고 했다.
빙그레의 부캐(부캐릭터) ‘빙그레우스’를 기획한 송재원 스튜디오좋 대표는 “10년 전과 달리 광고업계에서 재미와 소비를 결합한 접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라며 유통 브랜드가 가진 서사의 매력은 상당하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 ‘업타운걸’의 창업자이자 1세대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강희재 다사인터내셔널 대표는 “계속해서 새로운 SNS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지만,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의 팬덤과 진실되게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진정성과 현장성을 갖고 팔로워의 충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페이크 아티스트 샘바이펜(김세동)은 “보통 사람들도 팬덤을 구축할 수 있다”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히 풀어서 대리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협업을 한다면 나이키와 스니커즈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혀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 ‘갤러리스탠’을 운영하는 송인지 대표는 “NFT(대체불가능토큰)가 작가와 팬덤이 소통하는 새로운 창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기업과 고객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패널토의의 좌장으로 참석한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유통 트렌드와 이슈에 대해 현장에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세미나였다”라며 “최고의 강연진과 콘텐츠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