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경제학’ 저자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전략’ 연설
“인간적 관계 형성해야”…듀라셀·미언디스 사례 소개
“고객을 팬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은 친절함, 충성도, 열정입니다.”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은 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유통산업포럼’에서 고객을 열정적인 팬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팬덤 구축의 충분조건으로 그는 ‘고객과의 인간적인 관계 형성’을 강조했다. 고객과 인간적인 관계를 쌓는다면, 그 고객은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갖고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팬덤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스콧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베스트셀러 ‘팬덤경제학(Fanocracy)’을 쓴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친절함과 인간미가 팬덤을 만든다”며 배터리 회사 듀라셀을 사례로 들었다. 듀라셀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허리케인, 홍수 등 자연재해로 피해입은 사람들에게 배터리를 무료로 나눠주는 ‘듀라셀 파워포워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재난 지역에 빠르게 배치돼 필요한 곳에 무료로 배터리를 배포하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수년간 나눠준 배터리만 2000만 개다.
팬들은 듀라셀이 배터리를 기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열광했다. 자신도 듀라셀의 배터리를 구매하고 지인에게 추천했다. 미국 켄터키 주에서 듀라셀이 배터리를 기부했다는 페이스북 게시글은 3000개의 좋아요와 248개의 댓글을 받았고 662번 공유됐다.
스콧은 “고객과 직원의 실제 사진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미국 캠핑장 운영사 KOA는 실제 캠핑하는 이용객의 사진을 웹사이트에 올린다. 그동안 캠핑은 주로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았고 기업들은 가족이 캠핑하는 사진을 사용했다. KOA는 젊은 캠핑 고객이 늘어나는 것을 포착했고 밀레니얼 세대가 즐겁게 캠핑하는 실제 사진을 활용하며 팬을 만들었다. 캠핑장 이용객은 실제 사진을 보고 인간미를 느끼며 몇 번이고 다시 방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콧은 “고객을 충성도 높은 지지자로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에 대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언디스(MeUndies)라는 속옷 구독 기업을 소개했다. 미언디스는 매달 새로운 속옷을 보내주는 구독 경제 서비스다.
특이한 점은 이 서비스의 고객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에 수령한 속옷을 공개하기를 꺼리지 않으며, 속옷 사진을 공유하며 즐긴다는 점이다. 미언디스는 SNS에 돌아다니는 고객의 게시글을 자사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펼친다. 현재 미언디스는 인스타그램에 40만 명, 페이스북에 55만 명의 팬을 갖고 있다. 그는 “미언디스는 팬들 덕분에 최근 3년 동안 1583% 성장했다”고 했다.
스콧은 “열정적인 사람들이 팬을 만든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 흥미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존 마라시 의사를 소개하며,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충성 고객, 혹은 팬덤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면서 “마라시 박사도 치과 홈페이지를 열면서 같은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스콧의 해법은 ‘열정을 공유하라’였다.
스콧에 따르면 마라시 의사는 스케이트 보드를 즐겨 탄다. 스콧은 마라시에게 스케이트 보드에 대한 이야기를 웹 사이트와 SNS를 통해 나누라고 조언했다. 그 결과, 마라시의 인스타그램에는 수천 명의 팔로어가 생겼다. 스콧은 “캘리포니아에는 수천 명의 치과 의사가 있지만 마라시는 스케이트 보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30%나 더 많은 신규 환자를 받았고 수익이 23% 늘었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인 관심사를 드러내며 인간미를 보여야 한다”며 “대기업 경영진과 영업 사원 등도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치, 종교, 마약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는 피해야 한다”고 했다.
스콧은 ‘월마트나 아마존처럼 큰 기업이 팬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인간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 전화하면 자동 응답 메시지가 나오고 매장에 가도 도움을 줄 직원을 찾기 힘들다”며 “배송이 지연되는 등 회사가 실수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리고 고객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스콧은 ‘스타트업이나 개인·중소기업은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느냐’는 질문에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팬을 만들기 훨씬 쉽다”고 했다.
그는 “그레인서프보드는 직원이 몇 명뿐인 작은 서핑 보드 회사지만 거대한 회사보다 열렬한 팬이 많다”며 “광고와 성격이 전혀 다른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팬을 만들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공유하고 노트북 뒷면에 기업 로고가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며 기업에 대한 높은 호감을 갖게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