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 ‘서울러’ 선망하는 사람들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어”
“MZ만 잡겠다…입점 브랜드·광고·소통 철저히 겨냥”
“과거 성공 경험 버리고 젊은 실무자에 맡겨”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는 “더현대서울의 승리는 ‘페르소나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르소나는 정체성이란 뜻이다.
더현대서울이 타깃 고객층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와 서울러(서울 사람)로 명확히 해, 방문객들에게 ‘이곳은 나의 정체성(페르소나)과 일치하는 공간’이라고 느끼게끔 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31일 김 교수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서 ‘사람들이 열망하는 공간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작년 2월 현대백화점(75,200원 ▼ 100 -0.13%)이 서울 여의도에 문연 더현대서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더현대서울은 유통업 필패(必敗) 지역으로 꼽혔던 여의도에 백화점 흥행 보증수표인 3대 명품 브랜드(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입점 없이 연 8000억원의 매출을 내 화제가 됐다.
김 교수는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발간해 대한민국의 산업 흐름을 진단하고 전망한 데 이어 지난달 ‘더현대서울 인사이트’라는 책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에도 성공한 대표적인 오프라인 공간인 더현대서울의 성공 비결을 짚었다.
그는 “더현대서울은 단지 내부 공간이 예뻐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타깃 고객이 ‘여기는 내 공간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이른바 페르소나 공간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며 “페르소나 공간이란 타깃 고객이 가진 취향,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주고 배워나갈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대백화점이 더현대서울의 핵심 타깃 고객을 MZ세대, 그리고 서울러로 좁힌 점에 주목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더현대서울로 모일 수 있도록 백화점 이름부터 기존 공식을 깼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대신 ‘더현대서울’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는 “한류, K콘텐츠가 힘을 얻으면서 한국 젊은이들이 파리지앵, 뉴요커처럼 세계 트렌드를 리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됐다”며 “서울러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망하는 사람들은 다 여기(더현대서울)에 모여라 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현대서울이 타깃을 MZ세대로 분명히 한 점도 김 교수는 성공에 주효했다고 봤다. 그는 “MZ세대는 구매력은 X세대보다 약하지만 바이럴 파워, 즉 입소문에 있어서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더현대서울은 나이스웨더, BGZT랩, 디스이즈네버댓 등 MZ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광고도 유튜브, 바이럴을 통해서만 했으며 TV광고도 공중파가 아닌 tvn과 TV조선 등 타깃층이 분명한 곳에만 했다”고 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더현대서울이 상설 매장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제품을 판매하는 팝업(임시) 공간에 면적을 많이 할애함으로써 3~4개월 만에 바뀌는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한 점과 기존 백화점과 달리 남녀 패션을 같은 층에 배치해 쇼핑이 지루하지 않게 한 점, 줄 서는 것을 지루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스마트 줄 서기를 도입한 점 등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무 직원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현대백화점만의 조직 문화도 더현대서울 흥행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그는 “더현대서울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의 성공 비결을 표로 정리해 60가지 키워드가 나왔는데, 그것을 전부 버리자고 했다고 한다”며 “성공 체험의 노예가 되기 쉬운데, 이런 체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현대서울 지하 2층을 꾸밀 때 담당 임원이 실무자에게 ‘내가 모르는 브랜드로만 꽉 채워라’라고 말했는데, 모르는 부분을 쿨하게 인정하고 젊은 직원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라며 “지하 2층에 화제를 일으킬 만한 공간을 만들고, 매출은 다른 곳에서 올리는 전략을 썼는데 부서 간 실적 경쟁을 붙였다면 이런 공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