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KT 융합기술원 퀀텀(Quantum) 팀장은 16일 “선진국 수준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6G 기술과 달리, 한국의 양자 기술은 신흥 기술 수준으로, 글로벌 차원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고 했다.
김 팀장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사이버안보콘퍼런스2022′에 참석해 한국의 양자 기술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김 팀장은 “선진국의 양자기술 수준이 100이라고 할 때, 한국의 양자기술 수준은 85.2점 수준으로 기술 추격자 수준에 불과하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양자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기 시작한 상태로, 빠른 기술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2월 10대 국가 필수전략기술로 양자 기술을 선정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약 3조30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양자암호통신은 빛의 가장 작은 단위인 광자에 정보를 담아 암호화하여 전송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송신자와 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어 양자컴퓨터의 공격을 막아낼 만큼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김 팀장은 양자 기술의 국산화를 강조했다. 양자 기술은 국가 간 기술 경쟁과 안보 이슈로 인해, 해외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미국은 수출통제개혁법(ECRA)을 제·개정해, 양자 소재 부품의 수·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기업에 대한 양자컴퓨팅·양자암호 기술 수출을 금지했다. 또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제재에 양자 기관을 포함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양자 기술은 각 국가의 첨단 경쟁으로 도입이나 협업이 어렵다”며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됐고, 향후에는 양자 시대가 오고 있다.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적극적인 기술 개발과 규범 설정을 위한 글로벌 논의 참여가 시급하다”고 했다.
KT는 모든 장비를 국산화하는 것에도 큰 의의를 두고 있다. KT가 상용화한 모듈형 양자암호키분배(QKD)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모두 국내 기업이 개발한 것이다. 장비가 국산일 경우 장애가 생기거나, 업데이트를 할 때 곧장 대응이 가능하다.
또 KT는 이번 한강 동작대교 북단에서 남단까지 1㎞ 구간에서 무선 양자암호 전송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KT는 공공 분야에서 강원도청부터 2군단 사령부까지 17㎞ 구간, 제주도청과 제주안전체험관 사이 35㎞ 구간에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전송망 등 양자암호통신 시범 인프라를 구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