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은 대기 시간이 길고 시민들이 정류장이나 역까지 멀리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택시는 탑승 문제를 개선하려는 민간 모빌리티 회사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과열 경쟁과 구산업·신산업 갈등 문제가 있죠. 마스(MaaS·서비스형 모빌리티)가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김현명 스튜디오갈릴레이(스튜디오G) 대표는 27일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2 미래모빌리티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이자 스타트업 스튜디오갈릴레이의 대표다. 스튜디오갈릴레이는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 ‘바로 DRT(Varo DRT)’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해진 노선과 시간에 따라 운행하는 기존 버스와 달리, 수요가 있는 곳을 실시간으로 찾아가며 운행하는 버스다. 과천에서 ‘과천 콜버스’ 시범 사업을 올해 상반기에 진행했고, 현재는 청주에서 ‘청주 콜버스’를 시범 운행 중이다.
김 대표는 택시난 해소를 위해 대중교통 취약 지역에 더 많은 버스를 투입하는 것은 세금 부담이 크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버스 한 대가 하루 동안 운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68만5200원”이라면서 “국내 시내버스 운행 대수는 4만2783대로, 전국 시내버스가 1년간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하면 약 10조원”라고 했다. 이어 “이 중 연간 4조원은 지자체 보조금인데, 현재도 막대한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는 적자 사업에 지자체 보조금을 늘리며 더 많은 버스를 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스가 궁극적으로 택시난과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낮춘다고 분석했다. 마스는 버스나 지하철, 고속철도 등 대중교통을 비롯해 택시나 DRT, 자전거, 퍼스트 마일(최초 구간 이동), 라스트 마일(최종 구간 이동) 이동 수단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예약·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출발해서 도착할 때까지 다양한 교통 서비스를 예약해서 이용하고 지불하는 전 과정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끊김 없이 이어지는 것이 마스다.
그는 “스타벅스가 스타벅스 리저브로 스페셜티 시장을 만들며 소량 다품종으로 커피를 다변화한 것처럼, 마스는 이동 서비스 공급망을 소량 다변화하며 이동 서비스를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 이용자 맞춤형으로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스 생태계에서 기업은 개인마다 각기 다른 이동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수요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이동 서비스 공급망이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이동 서비스의 공급망 다변화는 도어 투 도어(door-to-door) 이동을 전담하고 있는 택시의 의존도를 낮춘다.
김 대표는 “현 대중교통 체계의 한계는 노선과 정류장, 운행 일정이 고정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20세기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온디맨드 서비스에 익숙하고, 햄버거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시켜 먹는 21세기 사람들은 이동을 위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멀리 걸어가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 불편에 대한 대중의 지불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동이 편하면 편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이동하게 될 것”이라면서 “폭증하는 이동 수요가 도시의 변화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