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정시 배송이 화두였다면 이제는 30분 배송, 1시간 배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배송 서비스도 개인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을 잘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 박세호 롯데마트 DT(디지털전환)전략부문 상무
"1인 가구 1000만시대가 도래하면서 다품종 소량 배송시대로 넘어갔다. 배달 수요가 이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세분화된 상품을 안전하고 빠르게 배송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이 많다. 모빌리티와 라이더라는 '하드웨어'와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라는 어려운 게임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 유정범 메쉬코리아(부릉) 대표이사
25일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2021 유통산업포럼'에선 '큐커머스(Q-commerce·퀵커머스) 시대, 고객 만족 높이는 라스트마일 전략'이라는 주제로 토론 세션이 진행됐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이 좌장을 맡고, 장유성 SSG닷컴 데이터·인프라본부장과 박세호 롯데마트 DT전략부문 상무,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배달의민족 사외이사를 지낸 박용후 PYH 대표가 패널로 참가했다.
◇ 배송 혁신 갈 길 멀다…"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전초기지로"
패널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졌다면서 각 기업에서 투자하고 있는 라스트마일 혁신 신기술을 소개했다. 라스트마일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마지막 구간을 의미한다.
장유성 본부장은 "코로나 이후 신선식품 구매 패턴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면서 "물류와 신선배송, 콜드체인 확보 등 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물류센터 네오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는 낸 것 같다"면서도 "아직 창고 용량 확장과 반품 문제 해결, 신선식품의 신선도 관리 등에 대한 고민이 많다.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박세호 상무는 "고객의 주문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수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장바구니 하나에 평균 10~12개의 상품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담고 포장할 것인가도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이어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고비용 구조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지속성의 문제가 생긴다"며 "지금까지 라스트마일 경쟁이 속도전이었다면, 이제는 포장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해소 등 질적인 경험 경쟁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본부장은 "신선식품 신선도 유지와 박스 쓰레기 감축을 위해 SSG닷컴은 업계 최초로 대형 보온 장바구니인 '알비백'을 도입했다"며 "포장 순서부터 디테일을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박 상무는 롯데마트가 도입할 온·오프라인 매장 시너지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을 수행하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로 만들고 자동화 과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면서 "온라인 주문이 들어온 상품은 전자가격표 점멸 방식으로 알림을 줄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 현업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산대에 줄 설 필요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상품을 스캔하고, 개인 맞춤 상품을 추천하고, 스마트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내 전점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배송 상태, 고객이 '셀프매니징'…빠른 배송, 픽업지에서 지연현상 줄이는 게 핵심"
퀵 커머스 실현을 위한 배송 관리 방법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장 본부장은 "배송관리는 중요한 숙제"라며 "특히 배송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SSG닷컴에서 배달을 하는 주요 시간대는 저녁 아니면 새벽으로 콜센터를 통한 대응이 어렵다"면서 "해결책으로 '챗봇'(채팅로봇)을 도입했다. 젊은 사람들은 챗봇 상담이 익숙하다. 이제는 고객이 직접 자신의 배송 상태를 스스로 관리하는 '셀프 매니징'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유정범 대표는 "배달 경로에서 발생하는 시간 지연과 배달 물품을 수령하는 '픽업 포인트'에서의 지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며 "우리가 음식배달 10억건의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배달에 총 소요되는 시간은 25분 정도였고, 이 중 픽업지에서 고객까지 가는 시간은 3~4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배송지연은 픽업하러 가는 시간에서 발생했는데, 이를 개선하면 더 나은 퀵 커머스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개발에 나선 공공배달앱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박용후 대표는 공공배달앱이 가격 경쟁력은 가질 수 있지만 라스트마일 경쟁에서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앱이 상품권과 할인쿠폰을 뿌리면 주문이 급격히 늘어나지만, 문제는 이렇게 시키면 배달이 2시간은 걸린다"면서 "경쟁력 있다고 할 수가 없다. 승부처는 라스트마일이다.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능력이 승부의 키가 됐다"고 했다.
박 대표는 또 인공지능 기술이 배송 관리 체계에 도입되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강해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인공지능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게 아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개발은 노동의 가치를 올려준다"고 반박했다. 장 본부장도 "기술은 사람이 더 사람답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