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10년 전 총 31곳에 6만대의 서버를 두고, 2만건의 데이터베이스와 32만대가 넘는 실물 데스크톱을 운영했다. 이 은행은 이후 이렇게 방대한 실물 데이터를 클라우드(가상 서버)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JP모건은 “은행은 가능한 한 빨리 AI(인공지능) 클라우드를 채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JP모건이 이뤄낸 변화의 중심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있었다. AWS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보안과 규제 등을 이유로 클라우드 도입에 보수적이었던 금융기업들까지 이제는 AWS와 속속 손을 잡고 있다.아마존웹서비스(AWS)는 금융의 미래가 지금이라고 믿습니다
스캇 멀린스 AWS 글로벌 금융서비스사업 개발 총괄은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미래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클라우드 기술로 금융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지금이 금융의 미래”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클라우드’라는 도구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모아 여러 혁신을 시도하는 현재야말로 이미 금융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멀린스 총괄은 클라우드를 통해 금융업계가 4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첫 번째로 ‘고객의 경험 향상’을 꼽았다. 멀린스 총괄은 “인간은 언제나 더 나은 방식을 요구한다”면서 “금융기관 역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 경험을 개인화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핀테크 회사인 ‘블루라인’을 예로 들었다. 멀린스 총괄은 “블루라인은 자국 내 중소기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 프로그램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며 “‘아마존 텍스트랙'(아마존의 AI 기반 문자인식 서비스)을 통해 대출 문서 결재를 자동화했고, 덕분에 기업들은 필요한 자금을 더 빨리 조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멀린스 총괄은 두 번째 변화로 같은 데이터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때보다 클라우드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의 데이터 인프라는 ▲규모 ▲데이터 사일로 현상(Silo·데이터가 파편적으로 저장되는 현상) ▲데이터 경직성 ▲높은 비용 등의 면에서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레이크’(서버 한 곳에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해 모든 데이터를 그대로 저장하는 방식)라는 새 저장소는 이런 한계를 모두 극복했다”며 “미래에 어떤 분석을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저장해, 향후 그 어떤 요구 사항도 만족시키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미국의 ‘다우존스’, 호주의 ‘내셔널오스트렐리아뱅크’(NAB), ‘신한금융투자’ 등이 AWS의 이런 데이터레이크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 혁신을 시험해보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리스크 관리’다. 멀린스 총괄은 “현재 금융 서비스업계는 끊임없이 보안을 위협당하는 환경에 직면했다”며 “금융 규제는 강화하고, 금융기관에는 포괄적인 보고·기록 책임이 부여되며 새로운 형태의 금융 사기 범죄는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저장소를 제공하는 동시에, (머신러닝을 활용한) 확장성과 민첩성으로 리스크를 계산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마스터카드 산하 ‘뉴데이터시큐리티’는 AWS의 머신러닝 플랫폼인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서비스로 사기 발생 전 익명화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비정상적인 활동을 감지하고 있다.
멀린스 총괄은 마지막 변화로 ‘발빠른 고객 서비스 혁신’을 들었다. 그는 “AWS는 아이디어에서 구현까지 시간을 단축하도록 돕고 있다”며 “민첩한 접근 방식으로 수개월 걸렸던 조달 기간이 단 몇 시간 만에 구현되고 있다”고 했다.
멀린스 총괄은 결론적으로 클라우드가 금융업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고 봤다. 그는 “금융기관은 클라우드를 사용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더 빠르게 제공하면서 금융업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박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