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원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주제 발표
ESG 정보, 인증 허술한 국내 기업들 워싱(눈속임) 가능성도 있어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시에 대한 인증제도 도입을 검토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단초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ESG 관련 정보를 공시할 때 표준화된 인증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권세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1 THE ESG포럼’에 참석해 ESG 공시와 관련된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국내 인증체계 설립이 ESG 경영의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정부)는 기업의 ESG 경영 확대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 기업지배구조 등 ESG와 관련된 기업정보를 자율 공시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 2030년 이후부터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에 대해 ESG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ESG 관련 정보를 제3의 기관에서 인증하는 제도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ESG와 관련된 기업 정보 공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정보들이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회계법인 등 제3의 감사기관이 인증해야 하는데, 인증제도를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게 권 교수의 주장이다.
권 교수는 “2020년 기준 국내에서 약 100여개의 기업이 ESG 경영을 위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고 거의 90% 정도가 외부 인증을 받고 있지만 이렇게 공개된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의 경우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ESG 정보 인증의 기준인 ‘AA1000AS’를 이용해 검증을 받았다며 자사 ESG 정보를 공개했는데 이 기준이 2018년에 이미 개정했던 조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영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ESG 정보를 국제 기준에 따라 인증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수정된 기준조차 확인하지 못한 엉성한 상태로 ESG 정보를 공개했다는 의미다.
권 교수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는 국제회계사연맹(IFAC)이 조사한 22개국의 ESG 경영정보의 보고 및 인증 현황도 포함됐다. 지난 3월말 기준 22개국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서 51% 기업이 ESG와 관련된 제3기관의 인증을 받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증 비율인 90%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권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절반밖에 ESG에 대한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 우리는 90%가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며 “ESG 정보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워싱’(washing·눈속임)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점과 관련해 “인증제도를 표준화하는 논의는 기업이 일반적으로 공시하는 정보의 퀄리티(질)를 관리하는 문제와 같다”며 “(기업 공시에서 회계법인 등 감사인이 검증하는 것과 같이) 검증된 기관이 ESG 정보를 인증해야 정보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ESG 인증업무를 제공하는 감사인들의 적격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자의 인증을 받는 ESG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감사인만 ESG 정보를 인증할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해외에서도 ESG 정보에 대한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관련 자격시험 등을 만드는 내용이 논의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격증 등을 만들어 ESG 정보를 인증하는 사람들의 적격성 여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정해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