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25일 ‘제9회 유통산업포럼’을 개최했다. 올해로 9회째 열린 이번 포럼은 '유통 테크노믹스(Retail Technomics)'를 주제로, 기술이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인 테크노믹스가 유통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내외 전문가들과 진단하고 성장을 모색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연사 및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유튜브 ‘조선비즈’ 채널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약 1273명의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사전 등록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축사에서 "유통 테크노믹스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활용한 유통산업의 현재와 비전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주제"라며 "변화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다시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배달의민족 창업자)은 "전 세계적으로 기술혁신 경쟁과 이로 인한 유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할 것"이라며 "유통 테크노믹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끌어야 생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 강연에 나선 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유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겼다며, 코로나 범유행(팬데믹)이 끝나도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거라고 진단했다.
테드 수더(Ted Souder) 구글 리테일부문 대표는 "유통 산업의 새로운 황금기가 도래했다"며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해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비대면 소비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만큼 IT(정보통신) 기술을 도입하고 고객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맞춤형 커머스를 제공하라"고 제안했다.
스웨덴 이케아 잉카그룹의 카롤리나 가르시아 고메스(Carolina Garcia Gomez) 글로벌디지털전략본부 이사는 "소비자의 구매 채널이 온·오프라인으로 다변화되는 옴니채널의 시대가 열렸다"며 "데이터에 기반해 구매 경험 전반에 불편함이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형 매장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인간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대면 소비 지속...데이터로 맞춤형 커머스 제공해야
참석자들은 유통업체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가 유통 산업의 변화를 재촉하면서 ‘뉴커머스(New Commerce)’ 시대가 열렸다"며 "벤처캐피탈(VC) 시장에서도 중고거래, 온라인 명품, 라이브커머스, 미디어커머스, 인테리어 플랫폼 등 전자상거래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10년 만에 기업가치 1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의 사례를 들어 "전자상거래 시장은 대기업이나 기존의 강자가 독식할 수 없는 시장으로, 앞으로도 VC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호민 아마존웹서비스(AWS) 리테일·CPG사업개발부문 담당은 "비대면 소비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된 만큼 물리적 환경에 디지털 경험을 접목해 고객 경험을 확장하는 피지털(physital) 전략이 필요하다"며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라스트마일(last mile·최종 배송구간), 고객 데이터’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그룹장(유통소비재 산업 리더)은 "고객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데이터로 디지털 고객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라스트마일 전략, 속도+질적 경험 중요
기조연설에 이어진 첫 세션에서는 '큐커머스(Q-commerce·퀵커머스) 시대, 고객 만족 높이는 라스트마일 전략'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유정범 메쉬코리아(부릉) 대표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수요가 3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세분화된 상품을 안전하고 빠른 배송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라며 "모빌리티(이동수단)와 배송기사라는 '하드웨어'와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라는 어려운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호 롯데마트 DT(디지털전환)전략부문 상무는 "과거 정시 배송이 화두였다면, 이제는 30분·1시간 배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배송 서비스도 개인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라스트마일이 속도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질적인 경험의 경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빠른 배송 실현을 위한 유통업계의 노력도 소개됐다. 장유성 SSG닷컴 데이터·인프라본부장은 "배송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른 조치를 해줘야 하는데, 배달이 많은 저녁과 새벽엔 콜센터를 통한 고객 응대가 어렵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챗봇(채팅로봇)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박용후 PYH 대표(전 배달의민족 사외이사)는 "최근 지자체들이 공공배달앱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가격 경쟁력에 집중한 나머지 라스트마일 경쟁력이 뒤쳐진다"며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에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 라스트마일의 성공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 라이브커머스, 판매자-고객 간 '소통'이 성공 열쇠
코로나19 여파로 급성장한 미디어커머스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미디어 커머스로 성공하기, 유튜브부터 라방까지’ 세션의 발제를 맡은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마케팅분과 교수는 "모든 일상이 디지털화하면서 이머커스가 라이브 방송과 결합한 라이브커머스(라방)로 진화하고 있다"며 "오늘의 집, 무신사 등 최근 성장하는 커머스 플랫폼은 이커머스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선호하는 콘텐츠(미디어)를 결합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짚었다.
송재훈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TF 책임리더는 "라이브커머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콘텐츠의 한계가 없는 시장"이라며 "현재는 타깃이 MZ세대에 국한됐지만, 점차 전 세대로 확장될 것"이라 예상했다.
한국보다 앞서 라이브커머스가 정착된 중국 시장에 대해 이우주 웨이보빅아이이앤씨 대표는 "중국은 판매자가 소속된 회사들이 직접 상품기획자(MD)를 채용해 제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는 구조지만, 한국은 판매할 제품의 브랜드들이 플랫폼과 협의해 판매자를 섭외하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이사는 "인플루언서 시장이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기반으로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며 "인간(판매자) 대 인간(구매자)으로서 소통과 관계성이 성공의 열쇠'라고 짚었다.
유튜브에서 ‘밀라논나’ 채널을 운영하는 패션 유튜버 장명숙씨는 "유튜브를 통해 젊은 세대의 갈증과 결핍 등에 대해 교감하게 됐다"며 "나는 제품을 소개할 때 무조건 ‘사라, 입어라’ 말하지 않는다. 구매를 종용하는 문화를 지양하면 커머스 산업이 다양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