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2021 미래모빌리티포럼'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자동차 산업의 세계적인 석학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경영학·자동차경제학과 석좌교수와 모빌리티 업체 전문가가 참석한 이번 포럼에서는 전기차·자율주행차·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모빌리티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질 모빌리티 혁명을 진단하고 토론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두덴회퍼 교수는 “전기차에 이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미래 모빌리티를 지배할 것”이라며 “지금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처음 전기차에 탑재해 판매하는 테슬라가 선두주자이지만, 폭스바겐그룹·메르세데스-벤츠·BMW·도요타·현대차그룹 등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 중국 업체들도 큰 진전을 이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국가가 점진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순수전기차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를 한 대의 컴퓨터로 구성해 더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데이터,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에는 주요국 정부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그린 딜’ 전략이 있다. 두덴회퍼 교수는 2030년이 되면 유럽에서만 전기차 수요가 연간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전기차 생산이 자동차 부품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전기차의 등장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완전히 변화할 것”이라며 “순수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액화연료차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가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70~80%로 높은 순수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막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율주행 기술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또 자율주행 기술이 정착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역시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차량 공유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어 우버, 리프트 등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조차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 보급이 확대되면 해당 서비스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덴회퍼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틈새시장을 형성한 차량 공유와 승차 호출 서비스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기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교통혼잡이 완화되고 개방형 구독 서비스 이용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재원 현대차 (229,000원 ▲ 4,500 2.00%) UAM사업부장(사장)은 우리의 삶과 생활 패턴은 물론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일으킬 미래 UAM 생태계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UAM이 또다른 이동수단의 옵션이 되면 스마트폰이 등장해 세상을 바꾼 것과 같은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2030년이 되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 많은 사람의 삶과 생활 패턴, 사회 구조를 모두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시킬 UAM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발전한 환경을 기반으로, 급격하게 이뤄진 도시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재원 사장은 “작은 공간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UAM이 대중화되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부터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업체까지 250개가 넘는 회사가 UAM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UAM의 안전 기준을 정립하는 것과 소음 완화 문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재원 사장은 “기술적인 도전 과제도 많지만 규제 환경과 운행 시스템을 조성하고 통신량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해 보안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 스타트업 팬텀AI를 이끌고 있는 조형기 공동 창업자 겸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되는 미래는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 자율주행 시장은 기술을 개발하는 테크기업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정부의 의지와 믿음에 따라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프로그램 오토파일럿을 개발하다 팬텀AI를 창업한 조 대표는 대학이나 회사 캠퍼스, 실버타운 등 제한된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셔틀이 가장 먼저 상용화되고 그다음으로 자율주행트럭, 로봇 택시 등이 순차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자율주행 산업의 중요한 트렌드로 ‘대통합’을 거론했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로 여겨지는 레벨 4를 실현하려면 높은 수준의 기술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버는 오로라를 인수했고 아마존은 죽스를 사들였다. GM은 크루즈와 손잡았고 아르고는 포드, 폭스바겐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 함께 합작사 모셔널을 세웠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이른바 ‘마스(MaaS·통합 모빌리티 서비스)’가 바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대해 전망했다. 그는 “자율주행, UAM, 하이퍼루프 등 새로 등장하는 이동수단은 결국 모빌리티 플랫폼과 연결돼 소비자들을 만날 것”이라며 “미래 혁신 기술은 플랫폼을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플랫폼의 힘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이후에는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주 교수는 “모빌리티 산업의 대전환은 기술 발전과 함께 사회 제도적인 뒷받침과 시민 의식 개선 등 여러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미래 모빌리티가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인 만큼 사전등록에만 700명이 넘게 참여했고, 대학생부터 직장인, 기업 경영인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시청했다. 국회 모빌리티포럼의 공동대표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 영상을 보내 포럼 개최를 축하했다.
=연선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