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콘텐츠의 한계가 없는 시장이다."(송재훈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TF 책임리더)
"인플루언서(SNS 유명인)와 구독자가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최인석 레페리 대표이사)
조선비즈가 25일 개최한 ‘2021 유통산업포럼’ 두번째 세션은 ‘미디어 커머스로 성공하기, 유튜브부터 라방까지’를 주제로 진행됐다. 송재훈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TF 책임리더(이사), 최인석 레페리 대표이사, 이우주 웨이보빅아이이앤씨 대표, 오은영(제스) 디어마이제스 대표, 유튜버 장명숙(밀라논나)씨가 패널로 참석했다. 좌장은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마케팅분과 교수가 맡았다.
이승윤 교수는 "최근 유통 산업은 ‘기승전 이커머스’로 통한다"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리의 모든 일상이 디지털화하는 상황에서 이커머스는 계속 성장했고, 이제는 라이브방송과 결합한 라이브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오늘의 집, 무신사 등 최근 성장하는 커머스 플랫폼은 기존 이커머스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선호하는 콘텐츠, 즉 미디어를 결합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40~50대가 홈쇼핑을 보는 세대라면 MZ세대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판매자와 소통하고 물건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원에서 2021년 2조8000억원, 2023년 10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송재훈 이사는 "라이브커머스는 TV 홈쇼핑과 달리 별도 스튜디오나 고가의 촬영 장비 없이도 누구나 진행할 수 있는 개방성, 콘텐츠나 참여자에 한계가 없는 확장성이 특징"이라며 "현재는 라이브커머스의 주요 타깃이 MZ세대에 국한됐지만 점차 전 세대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기술력을 보유한 IT 대기업으로서 판매자에게 교육, 공간 프로그램 등 라이브커머스 툴(tool·도구)을 제공하는 점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의 강점이라고 했다. 네이버의 기반인 ‘검색’을 통해 콘텐츠를 재사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가령 소비자가 이미 끝난 라이브방송을 검색했을 때 제공되는 VOD를 보면서 물건을 구매하면 추가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송 이사는 "현재 네이버의 라이브커머스 매출은 생방송 시간대에 80%, VOD에서 20%가 나오는데, 후자의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립, 틱톡, 페이스북 등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라이브커머스가 갖고 있는 개방성, 확장성 등 장점을 잘 활용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오은영 러브미모스트 대표는 "네이버와 그립 등 다양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며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라이브 방송에서는 20~30대의 호응이 높은 편이었지만,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고객 층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패널들은 미디어 커머스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간 신뢰 구축이 기반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교수는 "인플루언서·라이브 VJ·유튜버들은 이커머스에서 콘텐츠를 전달하거나, 판매하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보다 앞서 라이브커머스가 정착된 중국 시장에선 이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 올해 중국 라이브커머스의 시장 규모는 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우주 웨이보아이이앤씨 대표는 "중국과 한국의 라이브커머스는 산업 구조에서 차이가 있다"며 "중국은 판매자가 소속된 회사들이 직접 상품기획자(MD)를 채용해 제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는 구조지만, 한국은 판매할 제품의 브랜드나 벤더들이 플랫폼과 협의해 판매자를 섭외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판매자의 신뢰도에 기반해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라이브커머스의 평균 구매전환율은 20%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라며 "판매자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판매 제품을 선정할때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이사는 인플루언서 시장이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기반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대표는 "한 사람의 인플루언서가 수십,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커버하기 어렵기에 MCN을 비롯해 다양한 파생 인프라가 생기면서 산업적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CN이란 멀티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의 약자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채널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기획사다.
그는 라이브커머스의 성공 비결로 "인간(판매자) 대 인간(구매자)으로서 소통과 관계성"을 꼽았다. 그는 "한 인플루언서는 첫 판매 방송부터 억대 매출을 내더니 전 방송에서 제품을 완판했다"며 "방송 몇 주 전부터 구독자들에게 판매할 제품을 선정한 이유와 사용 후기 등을 공유했고, 이를 접한 구독자들이 이미 제품 구매를 결정한 채 라이브 방송을 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 ‘밀라논나’ 채널을 운영하는 패션 유튜버 장명숙씨도 자신이 경험한 1인 미디어의 파급력을 나눴다. 그는 "사회 패러다임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다"며 "댓글을 읽으면서 젊은 세대의 갈증, 결핍 등에 대해 교감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밀라논나’ 채널은 76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씨는 "다른 인플루언서와 달리 제품을 소개할 때 무조건 ‘사라, 입어라’ 말하지 않는다"며 "손해 같아서 조급하게 사는 것이 지양될 때 오히려 커머스 산업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