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이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미래 모빌리티를 지배할 것입니다. (지금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처음 전기차에 탑재해 판매한 테슬라가 선두주자이지만, 폭스바겐그룹·메르세데스-벤츠·BMW·도요타·현대차그룹 등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 중국 업체들도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뒤스부르크 에센대 경영학·자동차경제학과 석좌교수는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미래모빌리티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순수 전기차와 데이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현될 자율주행차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주요 국가가 점진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순수전기차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했고, “자동차를 한 대의 컴퓨터로 구성해 더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데이터,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중국 업체의 약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자동차 보급이 포화상태에 달해 자동차 수요가 교체 정도에 머무르겠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은 처음 자동차를 구매하는 인구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덴회퍼 교수는 “중국은 화웨이·텐센트·바이두 등 IT 기업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협력하고 있으며,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동시에 시장 친화적인 규제 기관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에는 주요국 정부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그린 딜’ 전략이 있다. 두덴회퍼 교수는 2030년이 되면 유럽에서만 전기차 수요가 연간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전기차 생산이 자동차 부품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전기차의 등장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완전히 변화할 것”이라며 “순수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액화연료차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가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70~80%로 높은 순수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막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율주행 기술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또 자율주행 기술이 정착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역시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차량 공유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어 우버, 리브트 등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조차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 보급이 확대되면 해당 서비스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덴회퍼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틈새시장을 형성한 차량 공유와 승차 호출 서비스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기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교통혼잡이 완화되고 개방형 구독 서비스 이용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모빌리티의 80%는 승용차 등 개인 모빌리티가 차지하고 있지만 이 비중은 앞으로 계속 낮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로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바뀌면,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수익을 얻는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두덴회퍼 교수의 조언이다. 과거 자동차 업체들은 수많은 모델을 개발하고 양산해 ‘규모의 경제’를 이룸으로써 수익을 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제조업체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도 파산했다. 이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유연성 확보에 나섰다. 적응력이 뛰어나고 지능적이며 작고 스마트한 제조 생산 공정을 구축해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모델 개발, 규모의 경제, 유연성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동차 수요가 계속 증가하겠지만, 스쿠터·전기자전거·킥보드 등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모빌리티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