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금융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금융 서비스를, 그들이 필요할 때 맞춰 금융사가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금융에 데이터와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을 접목하면서 가능해졌다.
그래서 앞으로 미래 금융 산업의 방향은 ‘포용 금융’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사들은 그간 금융 혜택을 보지 못했거나 불이익을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조선비즈가 29일 개최한 ’2021 미래금융포럼'의 참석자들은 디지털 금융이 야기한 포용 금융에 대해 논했다. 이날 패널 토의에서는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좌장으로서 진행을 맡았고, 김성훈 카카오페이 자산관리실장과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이사,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이 패널로 참석해 40여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정 대표는 포용이 가진 도덕적 의미에서 벗어나,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포용 금융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대개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지식이 없어서’라는 세 가지로 좁혀지는데, 이는 일부 계층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에게 적용되는 문제”라며 “시간·돈·지식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주는 일이 포용 금융”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런 포용 금융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실장은 “아마존 뱅크가 생겨나고 우버가 핀테크에 진출하는 등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초맞춤화, 초개인화를 거듭해 더 포용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패널 중 유일하게 전통 금융사에 몸담은 윤 부행장은 대면 환경에서도 디지털과 AI 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아서 꾸준히 영업점과 지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다”며 “대면 환경에서도 디지털을 활용해 그들에게 더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AI 기술이 금융 분야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세 사람은 다른 시각을 보였다. 윤 부행장은 ‘소통’을 용이하게 하는 도구라고 봤다. 그는 “결국 은행도 고객들을 만나서 소통하는 곳이고, 회사 내부에서도 소통은 중요하다”라면서 “은행 내부에도 1억건 이상의 문서가 존재하지만, 정작 이런 문서의 가치를 찾아서 잘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내부 소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AI로 자연어를 처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AI로 도출해낸 결과물 그 자체보다는 이를 해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AI로 낸 성과와 그 상관관계를 분석해 추후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는 세상을 발견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이를 기업이 포괄적으로 잘 활용할 줄 아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AI 기술을 활용했을 때 기존 금융권보다는 빅테크가 유리한 지점이 있다고 봤다. 그는 “AI 기술이 잘 구동되려면 결국 데이터 같은 풀(pool)이 많이 필요하다”며 “카카오페이(빅테크)는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 풀이 크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미래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근본으로 돌아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세 사람은 입을 모았다. 윤 부행장은 “‘우리가 정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 있었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그 고민을 기반으로 적절한 서비스를 적절한 시점에 내놔야 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도 “핀테크 회사들은 태생 자체가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있다”며 “사용자의 편익에 대해 모든 사업자가 고민한다면 미래 금융을 앞당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좌장을 맡은 김용진 교수도 “과거 우리의 금융이 서비스 형태가 아닌 제조였다는 반성이 늘 있어야 한다”며 “AI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 성향에 맞는 솔루션을 만들고 문제점을 좀 더 잘 분석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금융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빅테크 기업과 기존 노하우를 가진 금융기관이 잘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 박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