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매 중단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만 봐도, 금융사가 복잡다단하게 개발한 금융상품을 권유하는대로 가입했다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과거엔 금융사 중심의 서비스가 메인이었다면, 앞으로는 사용자가 자신의 권리를 앞세워 원하는 바를 주장하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사용자 자신이 모르는 니즈(수요·욕구)까지 기업이 파악해 서비스해주길 원하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생활금융플랫폼 카카오페이의 신원근 전략총괄 부사장은 13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미래금융포럼’ 강연에서 "미래엔 사용자 니즈가 중심이 되는 금융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가진 서비스 내에서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사용자 중심으로 금융 혁신이 일어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4C’를 꼽았다. 먼저 ‘컴바인(Combine·결합)’이다.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사용자 금융 정보를 한 곳에 모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각 금융기관을 개별적으로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다. 보험과 차량 정보 조회는 물론, 지출 내역까지 세부적으로 분석해주는 카카오페이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정보의 결합은 각 신용평가기관마다 다르게 산출되는 신용등급까지도 통일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신 부사장은 자신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신용정보회사 신용 등급은 평균 이하인 반면, 주거래 은행에 가면 우량 고객이라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골프장에서 현금이 필요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가 신용등급이 깎인 것"이라며 "누가 보기엔 평균 이하인 사람이지만, 누가 보기엔 우수한 고객으로 보이는 이 현상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금융 정보를 한 곳에 모았다면 이에 맞는 적절한 솔루션을 ‘커넥트(Connect·연결)’ 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솔루션을 온전히 사용자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캡처(Capture·포획)'하는 것이 혁신 금융의 관건이다. 신 부사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robot+advisor)’에 가상상담시스템인 ‘AI 상담봇’의 결합을 ‘캡처’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라 해도 모든 것을 맡기기엔 불안할 수 있지만, 언제 어디서든 상담받을 수 있는 상담봇을 통해 캡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컴포트(Comfort·편안함)'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혁신 금융은 사용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 정보가 축적될수록 이를 기업이 악용할 수 있다는 사용자의 불안감은 높아지는데, 리스크 관리를 통해 이같은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불안함을 제거해줘야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인증·보안, 이상거래 감지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테크핀(정보기술 중심의 금융서비스)과 전통 금융지주간 미래 금융혁신 주자 다툼이다. 신 부사장은 "누가 승기를 잡을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단순히 자신이 갖고 있는 상품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타사의 상품까지 가져와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 접점 역할을 하는 플랫폼 회사와, 상품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로 분화될 것"이라며 "이 둘을 결합하는 형태의 플레이어와 (그룹사를 통해)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금융그룹과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사용자 이해를 바탕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이같은 전쟁은 사용자 입장에선 더욱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