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재무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그 비영리법인이 좋은 조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면 그 조직이 무엇을 바꾸고 개선해야할지, 앞으로 어떻게 좋아질 수 있는지 출발점을 제공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투명성은 비영리법인의 존립기반이다."
최호윤 회계법인더함 대표(회계사)는 1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0 회계감사 콘퍼런스’에 참석해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과 자발적 회계감사를 요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회계법인더함은 비영리 회계·세무 전문 회계법인이다. 그는 비영리공익법인 투명성제고위원회 위원, 공익법인회계기준 실무지침 제정 자문위원, 공익법인감사기준 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최 대표는 ‘기부금단체의 회계투명성, 자발적 회계감사로 높인다’는 주제로 40분 동안 강연했다. 그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공익법인 등 비영리법인은 현행법상 내부 감사 대상이 아니고, 출연금액이 20억원 이상이거나 수입금액이 50억원 이상, 자산총액이 1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조직만 외부감사대상이어서 회계감사의 사각지대가 되기 쉽다고 했다. 최근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도 이런 소규모 비영리법인이다.
최 대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원가 등을 경쟁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수 없지만 비영리법인은 재원의 사용을 투명하게 공개할수록 후원자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지금 대부분 비영리법인들은 수동적으로 연말에 한차례 후원자 명단이나 세법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사항만 소식지로 전하는 것을 투명한 운영이라고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통계청 통계에서 기부단체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55.3%가 기부금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을 요구했다"며 "사회의 염원은 그 단체가 무슨 사업을 하느냐보다는 투명하게 기부금 사용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횡령 등 불투명하게 기부금을 유용한 단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형량을 높여 규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며 "제재도 필요하지만 비영리법인이 제대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회계업계가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비영리법인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소규모 공익법인이 스스로 결산서를 점검(리뷰)할 수 있도록 회계법인(회계사)들이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비영리법인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셀프 체크리스트’를 알려줘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금출납장도 틀리는 법인들이 많다. 부정을 하기 위해 일부러 감추는 것이 아니라 회계오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셀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오류를 줄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후원인들도 감시인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최 대표는 "후원자가 후원금을 낸 후에 좋은 일을 했다고 만족하면 소극적 방관자로 남는다"며 "재원사용에 대한 감독자로 후원한 단체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2020 회계감사 콘퍼런스’는 비대면 방식으로 18일 오전 9시부터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최호윤 대표와 배원기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의 주제 발표, 정도진 중앙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종합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정해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