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신한회계법인 고문 겸 전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공익법인(비영리법인)에 대해 자산규모 외에도 총수익이나 기부금, 정부 보조금 규모 등을 고루 고려해 지정감사제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익법인 감사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공익법인 전문 회계사 그룹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배 고문은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0 회계감사콘퍼런스’에서 "지정감사제 대상 공익법인은 2018년 기준으로 약 180개인데, 6년마다 감사인이 지정되면 그 대상은 1년에 30개 정도다. 과연 제대로 운영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0년 의무 회계감사 대상이 확대되는 것과 함께 자산규모 이외에 수익 규모와 기부금, 보조금 규모를 기준으로 감사지정제 대상을 정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정감사제는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라고도 하며,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배 고문은 공익법인 감사 서비스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 지정을 받을 수 있는 회계감사인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익법인 관련 분야 교육 이수를 한 ‘적격 감사인 집합’을 육성해야 한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이 공익법인 실무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교육기관·교육과정·이수시간 등 세부적인 사항과 관련해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최근 2년 내 소속 공인회계사 3인 이상이 한공회 공익법인 감사 실무교육을 이수한 실적이 있는 회계법인만 공익법인 감사인 지정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하는 식이다.
그는 공익법인 감사에 표준감사 시간제도도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고문은 사립대학의 회계감사 보수가 낮아서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이른바 ‘빅4’가 거의 사립법인 감사에 참여하지 않다고 했다. 배 고문은 "빅4가 참여하지 않는 만큼 감사투입 시간이 적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사립대학의 회계감사에 대한 감리는 정부예산으로 진행되는데, 회계 감사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2023년부터 공익법인 회계 감사 감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든 공익법인 회계감사에 표준감사 시간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공익법인 감사품질을 유지하고 감사보수가 과도하게 올라가는 걸 막기 위해 배 고문은 한공회에서 자율적으로 감사보수를 최근 3년 평균금액의 일정 비율(예시 120%) 이내로 제한하는 ‘지정감사보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배 고문은 감사지정제와는 별도로 ‘감사인 직권지정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공익법인으로서 회계규칙을 위반했거나 공익법인의 회계 관련 법령이나 공익법인 관련 감독규정을 위반한 경우 등 별도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2개(주기적 지정의 기간과 일치시킴) 회계연도 이내의 기간에 대해 기획재정부장관이 감사인을 직권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배 고문은 공익법인의 횡령 등 회계부정과 관련해서는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문제가 생겼던 곳은 내부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소규모 단체였다"며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의 성실성과 자질, 내부통제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배 고문은 소규모 법인이 회계사보다 세무사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공익법인 담당 세무사에게도 공익회계에 관한 의무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횡령 등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공익제보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다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