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덕분에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매력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나아가서 미국과 일본 등 주택공급 부족이 만성화돼있는 국가의 부동산 시장은 매력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다만 돌발적인 금리 인상과 가파르게 값이 올라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는 위험은 주의해야 합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저금리 시대에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키움증권 (129,000원 ▼ 7,000 -5.15%)리서치센터 이사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을 지냈으며 현재 부동산·금융 분야, 국제 경제 전망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홍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부침이 있지만 10년 장기 수익률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세계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을 때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마다 부동산 정책이 다르고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서 달라지는 만큼, 역사적 흐름과 데이터를 고려해 각 나라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특히 미국과 일본 부동산 시장에 주목했다. 최근 미국 부동산 가격은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 주택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하는 2020년 8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10.5% 늘었다. 이를 두고 홍 대표는 ‘저금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가 저렴할 때 빚을 내 부동산을 사면 나중에 차익을 거둘 수 있으므로 금리 비용이 낮을 때 부동산 구입 열기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또 홍 대표는 "지난 8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fed)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제시하면서 ‘적어도 금리 급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충격은 2~3년 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분석했다. 평균물가목표제는 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넘어서더라도 당장 금리를 올리는 통화 긴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인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대표는 미국의 주택 공급이 낮은 점도 짚었다. 그는 "공급부족도 미국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이후에 펼쳐진 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만 12~13년 동안 신규 주택 공급 150만가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연기금 자금이 대체자산 중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바꿨다고 했다. 홍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시작된 저금리 국면에 대응해 연기금들은 주식과 채권 비중을 낮추고 적극적으로 대체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자산 중 헤지펀드보다는 부동산 비중이 크다"고 했다.
일본 주택 시장에서도 도쿄와 오사카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홍 대표는 "도쿄와 오카사 등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정권 때부터 상승세"라면서 "최근 발생한 코로나 쇼크로 올 초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으나 지난 2분기 말을 고비로 상승 반전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했다. 주택공급이 부족한 게 일본 부동산 시장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홍 대표는 설명했다. 도쿄 지역 아파트 공급량(입주기준)은 연 8000호 전후에 불과할 정도로 부족한 상태다.
홍 대표는 미국과 일본 리츠(부동산 간접투자·REITs)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두 나라의 리츠 상품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한국 사람이 미국과 일본에 직접 부동산을 소유하기는 어려운 만큼 대안으로 리츠를 떠올리면 좋다"고 했다.
홍 대표는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 가능성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돌발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리스크는 있다. 향후 2~3년은 제로금리가 될 것 같다고 예상해도 그건 미국 대선이 어떻게 될지, 연준 회장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또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져도 절대적인 주택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파른 경우, 주택 구입 부담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주택 가격 ‘거품(버블)’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