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재정 리플레이션(reflationary·경기 부양)’ 정책을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산업정책과 대외경제 정책은 변화가 있을 전망입니다. 무역, 에너지·기후 등 일부 분야에서 두 후보 간 정책 차이가 뚜렷해서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략경제 전문위원으로 있는 유승민 삼성증권 (44,300원 ▼ 2,600 -5.54%)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주식시장과 한국 시장에 대해 전망했다. 그는 미 대선 후에도 위험자산 랠리가 이어지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산업의 성장 분야가 차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유 팀장은 이날 강연에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확장적 재정 기조, 즉 리플레이션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며 인프라 부문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유망할 것으로 봤다. 리플레이션은 불황기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통화 재팽창을 뜻한다.
두 후보 모두 리플레이션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산업정책과 대외경제 정책에서는 다른 입장을 보인다고 유 팀장은 설명했다. 유 팀장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에너지·기후, 일반 무역 등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는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화석 연료 보조금 종료, 재생 에너지 사업 지원을 비롯해 동맹국과 우호적인 통상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라며 "반면 대중무역과 헬스케어, 법인세 분야에서는 변화의 폭이 작을 것"이라고 했다.
유 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유지해온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법인세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보다 미 우선주의 기조가 강한 만큼 미국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다만 두 후보가 중국을 견제하는 입장은 동일하다고 봤다. 유 팀장은 "지역별 주식 배분 전략에서 중국은 비중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이고,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과거보다 악화했다"라며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대중 인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유 팀장은 "어느 정권이든 경제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는 더 노골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주요 동맹국들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에서 한국에 반중(反中)동맹에 함께 참여하라고 압박한다면 과거 ‘사드(THAAD) 사태’ 못지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중국과 관련된 소비 섹터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